다 잡았던 승리가 허무하게 날아갔다. 패배는 면했지만, 승리도 없었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홈에서 ‘공식전 6경기 무승’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손흥민에게 혼이 났던 맨시티가 홈에서 또 다른 한국인 선수 황인범(페예노르트)을 만나 또 다시 꺾지 못했다.
맨시티는 27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5차전에서 3-3으로 비겼다. 3골을 먼저 넣고 3골을 내리 실점해 비긴 ‘졸전’이었다
맨시티는 승점 8점이 돼 15위에 머물렀다. 반면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추가한 페예노르트는 20위(승점 7점)로 올라섰다.
이날 경기는 맨시티에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중원의 핵 로드리가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경기력이 매우 불안해졌고, 결국 지난 10월 토트넘과 리그컵에서 패한 것을 시작으로 공식전 ‘5연패’ 수렁에 빠졌다. 특히 지난 24일 열린 토트넘과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홈경기에서는 무기력한 0-4 완패를 당했다.
반대로 페예노르트는 이번 시즌 합류한 황인범의 활약에 힘입어 리그 3연승을 기록하는 등 완연한 상승곡선을 타고 있었다. 여기에 황인범은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 뛰던 지난 시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맨시티를 만나 1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페예노르트는 파이상, 훌리안 카란사, 아니스 하지 무사, 쿠엔틴 팀버, 안토니 밀람보, 황인범, 헤이스 스말, 다비드 한츠코, 게르노트 트라우너, 바르트 니우코프, 티몬 벨렌로이터가 출전했다.
맨시티는 엘링 홀란, 잭 그릴리시, 필 포든, 마테우스 누네스, 베르나르두 실바, 일카이 귄도안, 요슈코 그바르디올, 네이선 아케, 마누엘 아칸지, 리코 루이스, 에데르송 모랄레스가 선발로 나섰다.
각오를 단단히 다진 맨시티가 강하게 밀어붙였다. 전반 2분 만에 실바의 패스를 받은 귄도안의 슈팅이 페예노르트 수비의 발을 맞고 튀어나왔다. 전반 10분에는 아칸지의 크로스를 홀란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페예노르트 골키퍼 벨렌로이터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23분 포든의 강력한 왼발 슈팅도 벨렌로이터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일방적으로 밀리던 페예노르트는 전반 32분 황인범의 환상적인 스루패스를 받은 파이상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맨시티 골키퍼 에데르송이 무난하게 잡아냈다.
결국 선제골은 맨시티에게 돌아갔다. 전반 41분 코너킥 상황에서 맨시티가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3분 뒤 키커로 나선 홀란이 골로 연결했다.
전반을 1-0으로 앞선 맨시티는 후반 시작과 함께 순식간에 차이를 벌리기 시작했다. 후반 5분 코너킥 상황에서 뒤로 흐른 공을 귄도안이 왼발 중거리슛으로 연결해 2-0을 만들었다. 이어 3분 뒤에는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누녜스의 크로스를 홀란이 몸을 날리며 슈팅으로 연결, 3-0으로 차이를 벌렸다.
이후 후반 중반까지 이 스코어가 그대로 이어지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듯 했지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후반 30분 맨시티 수비수들이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사이 페예노르트의 하지 무사가 공을 가로챘고, 에데르송까지 제친 후 각도가 없는 위치에서 절묘한 슈팅으로 만회골을 만들어냈다.
이 골로 흐름을 돌린 페예노르트는 곧이어 추가골까지 넣었다.후반 36분 페널티지역 근처에서 올린 크로스를 조르당 로톰바가 받아 산티아고 히메네스에게 패스했고, 이를 히메네스가 정확히 차 넣어 3-2까지 차이가 줄어들었다.
다급해진 맨시티는 1골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하지만 후반 45분, 기적이 일어났다. 뒤에서 한 번에 넘긴 공을 파이상이 잡은 뒤 골키퍼까지 제치고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다비드 한츠코가 극적인 동점골로 연결했다.
3-0으로 앞서던 경기를 3-3까지 추격을 허용한 맨시티 선수들은 망연자실했고, 결국 5분이 주어진 추가시간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승부라는 초라한 결과를 안고 쓸쓸히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