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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 부러지고도 60분 투혼' 비카리오, EPL '이주의 팀' 뽑혔다!…레전드도 "놀랍다" 감탄
'발목 부러지고도 60분 투혼' 비카리오, EPL '이주의 팀' 뽑혔다!…레전드도 "놀랍다" 감탄
botv
2024-11-26 23:40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발목이 부러진 채 60분을 뛰고 곧장 수술대에 오른 토트넘 홋스퍼 골키퍼 굴리에모 비카리오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이주의 팀'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5연패를 노리는 강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대파할 때 무실점 '클린시트'에 기여한 것을 인정받았다.

토트넘은 26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에 "비카리오가 오늘 오른 발목 골절로 수술받았다"며 "구단 의료진이 판단해 그의 훈련 복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깜짝 발표다. 비카리오가 지난 23일 맨시티전에서 발목을 다치긴 했지만 곧 훌훌 털고 일어나 대승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맨시티전 당시 전반 36분 홈팀 수비수 존 스톤스는 측면 공격수 사비뉴를 보고 긴 패스를 시도했다. 이에 사비뉴를 막고 있던 토트넘 오른쪽 수비수 페드로 포로가 이를 막아내고자 비카리오를 향해 헤더 패스를 시도했다.

다만 볼이 비카리오와 사비뉴 사이에 애매모호하게 떨어졌다. 비카리오는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 점프로 공을 잡아내고는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당시 토트넘이 제임스 매디슨의 멀티골을 앞세워 2-0으로 앞서고 있던 상황이었다.


비카리오가 다시 골문을 든든히 지킨 탓에 토트넘은 후반 두 골을 더 퍼부어 4-0 대승을 완성했다.

이날 비카리오는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팀 승리의 일등 공신 중 한 명이 됐다.

축구 통계업체 폿몹에 따르면, 이날 그는 선방 5회를 비롯해 득점 차단 1.10, 다이빙 세이브 2회, 박스 안 세이브 3회로 맨시티의 득점 기회를 모두 차단했다. 맨시티의 기대득점값(xG)이 2.14였던 걸 감안하면, 비카리오는 적어도 2실점을 막아낸 셈이다. 물론 토트넘도 이날 많은 기회를 놓쳤지만, 맨시티도 빅찬스가 4회 나왔는데 이를 모두 놓치며 스스로 무너지기도 했다. 

그렇게 토트넘은 좋은 경기력으로 대승을 거뒀고 비카리오도 승리 뒤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는데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26일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토트넘 선수들도 비카리오의 수술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랄 정도였다. 누구도 모를 정도로 비카리오를 고통을 참으며 승리에 공헌했다.

비카리오는 수술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병상에 누워있는 사진을 올리고는 "맨시티전에서 발목이 골절된 상태로 60분 동안 경기를 했고, 팀을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불행히도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당분간 팀을 도울 수 없어 실망스럽다"면서 "수술은 잘됐다. 내일부터 더 강하고 건강해져서 돌아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다시 나의 모든 것을 바칠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수술은 비통한 일이지만 비카리오는 프리미어리그 최다골 레전드 앨런 시어러가 선정한 '이주의 팀'에 골키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시어러는 3-4-3 포메이션에서 맨시티전 대승을 거둔 토트넘 선수들을 무려 4명이나 포함시켰다. 비카리오를 비롯해 그의 부상을 야기한 페드로 포로, 멀티골을 터트린 매디슨, 공격 전지역을 누비며 상대를 괴롭힌 데얀 쿨루세브스키 등이 뽑혔다.

시어러는 "발목 골절로 60분을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클린시트를 유지하기 위해 몇 번의 슈퍼세이브를 기록했다. 놀랍다!"며 감탄했다.


이날 매디슨의 두 번째 골을 돕고 후반 도중 교체아웃된 손흥민은 없었다.

비카리오는 지난해 여름 토트넘으로 이적해 주전 골키퍼로 자리 잡은 선수다.

이탈리아 중상위권 우디네세 유스팀에서 성장해 베네치아, 페루자, 칼리아리, 엠폴리 등 세리에A에서 잔뼈가 굵은 비카리오는 파비오 파라티치 전 토트넘 디렉터의 선택을 받아 토트넘에 입성했다.

처음 토트넘에 입성할 때만 해도 전임자가 프랑스 국가대표로 레전드 수준까지 오른 위고 요리스여서 비카리오의 입단에 대해 말이 많았다. 너무 무명 선수를 데려온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지금도 세트피스 처리 능력 등에 물음표는 있지만 토트넘이 근래 얻은 보기 드문 '가성비 넘치는' 영입으로 평가받고 있다.

토트넘은 비카리오가 돌아올 때까지는 일단 36세 베테랑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를 골문에 세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스터 역시 나이가 많고 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1월1일 열리는 겨울이적시장에서 새 골키퍼를 물색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FC바르셀로나도 주전 골키퍼 안드레 테어-슈테겐을 잃어 새 골키퍼를 긴급 물색하는 등 빅클럽들이 골키퍼 부상에도 몸살을 앓고 있다.

토트넘은 이제 비카리오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것에 골몰하게 됐다.

토트넘의 공식 발표 뒤 영국 매체 '메트로'는 "토트넘은 비카리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긴급 영입을 모색하고 있다. 1월 이적시장은 5주 후 시작된다. 토트넘이 새로운 골키퍼를 영입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카리오의 대체자를 필사적으로 찾고 있기 때문에 자유계약으로 데려올 수 있는 선수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더 스탠더드'는 이적료를 주고서라도 제대로 된 골키퍼를 영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스탠더드는 "토트넘은 원래 비카리오와 경쟁할 골키퍼를 내년 여름에 영입하려고 했다"며 "이제 그 시기를 6개월 앞당기게 됐을 뿐"이라고 했다.

사진=EPL 홈페이지 / 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 굴리에모 비카리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