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축구협회의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저는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으로 축구협회를 개혁하겠다.”
55대 대한축구협회장(KFA)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의 출사표다. 허 전 감독은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8일 예정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공식 출마 의사를 밝혔다.
허 전 감독은 1991년 포항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당시 대표팀 감독으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2013~2014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행정가로 변신해 2015~2019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거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으로 일했다.
허 전 감독은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며 협회를 비판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 체계는 시스템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 오늘날 불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협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대한민국 축구는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 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며 축구 문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로 △동행 △공정 △균형 △투명 △육성을 제시했다. 협회의 열린 경영과 활발한 소통,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한 의사결정, 팬들의 참여를 보장할 조직과 문화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국가대표 감독을 포함한 지도자와 선수 선발, 각종 계약 체결 등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 등이 독립적으로 운영해 협회장이나 집행부의 입김을 차단하겠다고도 했다.
국가대표 사령탑 선임 시스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하루아침에 급속히 모여서 결정하지 않고 장기간 검증하고 지켜보며 협의해야 한다”며 “국제경험이 풍부한 축구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새로운 행정 리더로 양성해 세대교체를 이루는 징검다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 보장,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 마련, 축구 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 등도 과제로 언급했다.
허 전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첫 번째 인사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오는 12월25일부터 사흘간 후보자 등록이 진행되며, 내년 1월8일 선거 이후 1월22일 정기총회부터 새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