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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장 출마' 허정무 "방관자로 남지 않겠다…유쾌한 도전 시작"(종합)
'축구협회장 출마' 허정무 "방관자로 남지 않겠다…유쾌한 도전 시작"(종합)
botv
2024-11-25 15:50

25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출마 기자회견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허정무 전 프로축구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허정무 전 이사장은 25일 오후 2시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한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며 "더는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춰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축구협회 정관 제23조의2 제2항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에 따르면 축구협회장 후보는 선거 당일 기준으로 만 70세 미만인 자만 가능하다.

선거 예정일은 내년 1월8일로, 1955년 1월13일 생인 허 전 이사장의 70세 생일을 닷새 앞둔 시점이기에 출마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허 전 이사장은 "지금 한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무대도 밟아보지 못한 채 예선에서 탈락했다"며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 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 팬들의 질타와 각계각층의 염려, 무엇보다도 선후배 동료 축구인들의 갈등을 눈앞에서 지켜볼 때는 한없이 괴로웠다. 한탄과 함께 축구인의 한사람으로서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께 죄송할 뿐이었다.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지금 이 순간 떨리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전임 회장님들께서 개인적인 헌신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축구가 성장하고 결실을 이뤘으며, 발전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오늘날 불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 그리고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험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한국 축구는 퇴보하고 있다. 난 이 위기와 실망을 극복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선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해결방안 5가지를 제시했다.

허 전 이사장은 ▲동행, Open KFA with All ▲공정, 시스템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 운영 ▲균형, 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 보장 ▲투명,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 마련 ▲육성, 축구꿈나무 육성과 여자축구 경쟁력 향상을 언급했다.

이어 허 전 이사장은 "내가 가려는 이 길은 분명 가시밭길이다. 거대한 장벽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누군가는 가야할 길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앞장서기로 했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축구협회를 개혁하고 한국 축구의 새로운 100년을 만드는 유쾌한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전했다.


허 전 이사장은 "처음에는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10여 일 전으로 기억한다. 그때 결심한 동기는 매스컴으로부터 '왜 축구를 위한 축구협회인데 축구인들의 목소리가 보이지 않느냐', '나서지 않느냐', '자신이 없느냐', '축구인들은 능력이 없느냐'는 지적을 받았다"며 "'축구를 위한 장이기에 누군가는 축구인을 대변해서 나서야 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했다. 작게나마 용기를 냈다"며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유쾌한 도전'이라는 표현을 쓴 배경을 묻는 질문에 "긴장해서 모든 일을 처리할 때 눈치 보고 몸이 굳어있으면 경기장에서도 경기력이 발휘되지 않는다"며 "지금 협회도 밝은 분위기 안에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스스로 이뤄내려는 그런 책임감과 분위기가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유쾌하고, 밝은 마음으로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명명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의 부재다. 시스템이 제대로 발휘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협회는 투명하고, 상식에 맞는, 혼자만의 결정이 아닌, 윗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 축구협회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허 전 이사장은 "결과에 연연치 않겠다. 축구인으로서, 한국 축구를 위해 마지막 헌신을 하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선이 안 돼도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다"며 "내가 중임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해보겠다. 난 징검다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똑똑하고, 해외 경험도 있는 후배 축구인들이 앞으로 마음 놓고 해나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자 한다"고 전했다.


허 전 이사장이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가운데, 정몽규 현 회장의 4선 도전에 관심이 쏠린다.

정 회장이 공식적으로 도전을 밝힌 건 아니지만, 사실상 4선에 도전할 거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만약 정 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 12년 만에 복수 후보가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는 내달 12일까지 선거운영위원회가 구성, 25일부터 사흘간 후보자 등록 기간을 거친다.

선거인단은 축구협회 대의원과 산하단체 임원, 지도자·선수·심판 등 축구인 약 200명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