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주전 수무장 출신인 팀 하워드(45)는 대표팀 후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워드는 현지시간으로 21일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에 기고한 글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를 따라한 춤은 멍청한 짓”이라며 미국 대표팀 주전 공격수 크리스티안 풀리시치의 행동을 비난했다.
풀리시치는 지난 18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CONCACAF 네이션스리그 자메이카와 8강 2차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춤을 따라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하워드는 “그 사람이 미국의 대통령이든, 옆집에 사는 이웃이든 상관없다. 나는 내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믿는 사람은 절대 지지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을 미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풀리시치를 비난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누군가 내 주장에 대해 강하게 반대해도 문제없다. 그러나 정치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면 대담하고 뻔뻔하게 나서서 지지하라. 조용히 있지말고 풀리시치처럼 무죄를 주장하지도 말라”고 덧붙였다.
풀리시치는 당시 경기 후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뜻은 없었다. 그냥 재밌자고 한 일이다. 여러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고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며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워드는 그의 발언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라고 반박했다.
지난 16일 뉴욕에서 열린 UFC309에서는 스티페 미오시치를 꺾은 존 존스가 경기장을 방문한 트럼프 당선인앞에서 트럼프를 따라하는 춤을 추기도 했다. 트럼프는 UFC 회장 데이나 화이트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는 존스가 최근까지 인스타그램에서 트럼프가 아닌 경쟁 후보 카말라 해리스를 팔로우했던 점을 언급하면서 “양 쪽 다 택할 수는 없다. 어느 한 쪽을 택해야한다. 만약 당신이 정치적인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낼 만큼 대담하다면, 나는 문제없다. 그러나 책임은 당신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축구대표팀이 남녀 동일 임금과 성적소수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싸워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풀리시치가 축구팬들의 비난을 받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메건 라피노(미국 여자축구 스타)같은 선수들이 트럼프와 전쟁을 해왔는데 이제 남자대표팀 최고 스타가 트럼프의 춤을 추고 있다”고 꼬집은 그는 “미국 축구계는 이에 대한 책임을 일부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풀리시치는 애가 아니다. 그는 스물 여섯이고 수년간 이 나라의 소중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정치적, 사회적 환경을 고려하면 조직 차원에서 선수들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언행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남겼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전에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수시로 ‘자신은 세계에서 가장 인종차별을 싫어하는 사람’임을 주장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흑인들의 표를 많이 얻었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집권 1기 초반이었던 2017년까지 대표팀 생활을 했던 그는 “당시 미국 정치는 아직 혼란이 오지 않았던 시기다. 대표팀 라커룸에서 정치적으로 마찰이 일어난 일은 없었다. 그러나 중앙 아메리카, 혹은 CONCACAF 라이벌 국가 원정을 가면 많은 이들이 미국에 대한 증오를 드러냈다. 국가 연주 시간에도 야유를 퍼붓고 심지어 오사마 빈 라덴(9·11 테러를 일으킨 주동자)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도 있었다. 이보다 더 무섭고 미친 일은 없었지만,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해줬다. 국가대표팀에 분열은 없었고 내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기간에도 정치적인 문제도 전혀 없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그 이후 운동선수들은 점점 부유해져갔고 그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면서 자신들의 자산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나는 부유하지만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 영혼을 팔아버린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들에게 묻고싶다. 댁들의 자녀들이 앞으로 자라날 세상의 정치적인 상황은 신경쓰지 않는가? 그들은 ‘신경쓰고 있다’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이를 간과할 의지도 갖고 있다. 괜찮다. 어떤 이유로든 원하는 대로 지지하라. 그러나 풀리시치, 보사, 존스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전하는 내 메시지는 이거다. 책임도 함께 져라”는 말로 기고문을 마무리했다.
[피츠버그(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