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손흥민(토트넘)인데, 여러모로 손흥민에게 불편한 상황이 되고 있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성 발언을 한 로드리고 벤탕쿠르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 차원의 징계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토트넘은 20일(현지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벤탕쿠르의 징계 기간에 이의신청했다”고 밝혔다. 징계의 정당성은 인정하지만,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게 구단 입장이다. 다만 FA가 토트넘의 이의 신청을 검토하는 기간에도 벤탕쿠르의 출전 정지 징계는 유지된다.
우루과이 출신의 벤탕쿠르는 손흥민과 ‘절친’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6월 자국 방송에서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자, 벤탕쿠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다. ‘주장’ 손흥민도 벤탕쿠르의 ‘실수’를 용서하며 상황은 일단락됐다. 그렇지만 축구계 전체에서 인종차별 반대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징계를 피하지는 못했다.
벤탕쿠르는 7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만파운드(약 1억8000만원)의 중징계를 받은 상태다. 이미 화해를 했더라도 손흥민과는 여러모로 껄끄러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현지 매체들의 보도는 벤탕쿠르가 빠질 토트넘을 걱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현재 10위(5승1무5패)로 내려앉은 토트넘은 타이트한 연말 일정에서 벤탕쿠르까지 빼고 치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벤탕쿠르는 이번 시즌 리그 10경기 중 7차례 선발 출전한 토트넘의 핵심 전력이다.
여기에 토트넘은 벤탕쿠르 징계에 항소까지 결정하면서 오히려 ‘피해자’인 손흥민이 불편한 상황에 놓이는 듯한 분위기다.
토트넘이 요구하는 벤탕쿠르의 출전 정지 축소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FA 규정에는 선수 개인의 인종차별 행위나 발언에 대해 6∼12경기의 출전 정지 징계가 명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