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훗스퍼는 인종차별 재발 방지 노력보다 로드리고 벤탄쿠르 항소에 더 관심이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벤탄쿠르 징계에 대한 토트넘 반응을 전했다. 영국축구협회(FA)는 18일 "독립 규제 위원회가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1억 7,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벤탄쿠르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했거나 모욕적인 말을 사용하여 평판을 떨어뜨렸고, FA 규정 E3.1을 위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사건 시작은 벤탄쿠르가 우루과이 TV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에스타'에 나와 MC와 대화를 하던 도중 발생했다. 유니폼에 사인을 받아달라"는 질문에 "손흥민과 손흥민 사촌 다 비슷하게 생겼다. 걔네는 다 똑같이 생겼다"고 답했다.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잘못을 알아채고 2번이나 사과를 했지만 진심이 묻어있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인터뷰 영상과 선수의 공개 사과 이후 구단은 이 문제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이라는 목표에 따라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한 추가 교육이 포함된다. 우리는 주장 손흥민이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을 긋고, 팀이 다가오는 새 시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는 다양한 글로벌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료의 차별도 우리 구단, 우리 경기, 더 넓은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다"라고 하며 뒤늦은 보호에 나섰지만 벤탄쿠르 기소는 이어졌고 인종차별 논란은 계속 됐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당시 "모든 사람들은 실수를 한다. 속죄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처벌의 문제보다는 관용적 관점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 실수를 한 사람들한테 그런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관대한 모습을 보여 가해자 벤탄쿠르를 두둔한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손흥민까지 나섰다. 손흥민은 "FA에서 절차가 진행 중이다. 벤탄쿠르를 사랑한다. 난 그를 정말 사랑한다. 좋은 추억이 많다. 그 발언 이후 곧바로 사과를 받았다. 난 휴가 중이어서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몰랐지만 그는 긴 문자를 보냈다. 훈련장에 돌아왔을 때 정말 미안해 했고 공개적으로, 개인적으로 사과를 하며 울기도 하더라. 진심으로 미안한 모습이었다"고 수습했다.
그럼에도 징계는 나왔다. 벤탄쿠르는 징계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한 발언을 부정했다. 손흥민도 수습을 하기 위해 "벤탄쿠르가 미안하다고 하며 울었다"고 말하기까지 했는데 위원회에 추한 변명을 내놓았다. 영국 '타임즈'는 "벤탄쿠르는 손흥민 인종차별 발언은 당시 MC의 말을 비꼬는 반어적 표현이었다고 주장했다. 해당 MC가 손흥민을 한국인으로 일반화해서 지칭한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농담을 섞어서 기자를 가볍게 꾸짖었다고 했다. 점잖게 꾸짖었다고 했는데 두 번의 사과를 한 게 무색하게 만드는 변명이었다. 또한 이후 했던 사과는 일부분이 편집되어 보도한 것에 대한 사과라고 했다"고 벤탄쿠르가 한 변명을 밝혔다.
벤탄쿠르의 추한 변명은 기각됐다. 위원회는 "증거와 모순되는 벤탄쿠르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증거와 주장, 변명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벤탄쿠르 발언은 모욕적이고 부적절했다. 벤탄쿠르가 2번의 사과를 하고 토트넘, 손흥민 입장을 모두 고려하면 벤탄쿠르 본인도 자신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 유명 MC와 같이 집에서 4시간 이상 촬영을 했는데 영상이 공개돼 관심을 많이 받을 거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 벤탄쿠르는 유명 선수이므로 사전에 자신의 발언이 퍼질 거라는 예측했을 텐데 부정했다. 동종 전과가 없고 상대를 직접 모욕할 의도는 없었으며 뉘우치는 모습을 보인 점 등 감경 요소는 충분하나 갑작스럽게 사과를 뒤집고 긍정적 의미를 본인이 해치는 건 좋지 못하다"고 평하며 징계 결정 이유를 자세하게 밝혔다.
토트넘은 충격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은 손흥민 인종차별 발언을 한 벤탄쿠르가 징계를 받자 충격을 받았다. 벤탄쿠르의 사과와 손흥민의 수습이 결과적으로 벤탄쿠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토트넘은 항소를 고려하고 있다. 징계 조치에 대한 공식 언급은 없지만 다소 당황스럽고 실망스럽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고 했다.
위원회 패널이었던 게리 히킨바텀 경은 "부적절한 행동과 발언을 하거나 욕설 및 모욕적인 말을 하여 불명예를 안긴 것에 대해 7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부과는 당연한 사레다"고 했다. '텔레그래프'는 "게다가 벤탄쿠르는 인종, 국적, 민족에 관한 발언이 포함되어 있어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 벤탄쿠르는 교육 과정에 참석해야 하며 위원회는 자신들의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 중이다"고 했다.
반성과 벤탄쿠르 질타 대신 징계를 준 것에 놀라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실망스러운 대목이다. 벤탄쿠르는 맨체스터 시티 원정을 시작으로 풀럼(홈), 본머스(원정), 첼시(홈), 사우샘프턴(원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홈), 리버풀(홈) 경기에 나설 수 없다. 토트넘은 현재 부상자가 많고 빡빡한 일정을 치르면서 체력 문제도 있다. 벤탄쿠르가 어이없게 빠진 건 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