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첫 승을 신고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나오던 경질 여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신태용 매직’이 인도네시아 축구 새 역사를 썼다.
인도네시아는 19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아시아 3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2-0 완승을 거뒀다. FIFA 랭킹은 인도네시아가 130위, 사우디는 59위다.
이날 승리로 인도네시아는 3차 예선 6경기 만에 첫 승을 거두며 승점 6(1승 3무 2패)을 기록, 4차 예선 진출권(3~4위)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걸린 예선 단계에 오른 건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이번이 처음인데, 이번엔 그 예선 단계에서 역사적인 첫 승리라는 또 다른 역사까지 썼다. 사우디전 승리 역시도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네시아는 전반 32분 역습 상황에서 라그나르 오랏망운의 컷백을 마르셀리노 페르디난이 선제골로 연결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어 페르디난은 후반 7분 역습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추가골까지 넣었다. 페르디난은 인도네시아 연령별 대표를 거친 2004년생 신성으로, 현재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후반 44분 저스틴 허브너의 경고누적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몰렸으나, 남은 시간 사우디의 공세를 잘 버텨내고 2-0 승리를 거뒀다. 인도네시아는 이날 볼 점유율이 23.3%에 불과했지만 13개의 슈팅을 만들어냈고, 23개의 슈팅을 기록한 사우디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인도네시아 축구의 역사를 거듭 새로 쓰고도 최근 중국-일본전 2연패 여파로 경질설에 휩싸였던 신태용 감독이 보란 듯이 일궈낸 첫 승이기도 했다. 실제 사우디전 직전까지만 해도 최근 인도네시아 매체나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선 신태용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 속에서도 사우디 원정에서 비기고, 호주와도 무승부를 거뒀던 예선 초반 성과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사우디전을 준비했고, 수비에 무게를 두다 날카로운 역습으로 상대를 흔드는 전략을 앞세워 2-0 완승을 이끌어 냈다. 자신을 향한 인도네시아 팬들의 황당한 비판에 대한 가장 통쾌한 답이기도 했다.
김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