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프로축구 산둥 타이산이 돌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를 포기했다.
19일 오후 7시 울산문수축구장에서 울산HD와의 ACLE 조별리그 8차전을 치를 예정이었던 산둥은 킥오프 2시간 전 돌연 경기를 포기했다.
AFC는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ACLE 대회 규정 5조 2항에 따라 산둥이 울산과 리그 스테이지에 출전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면서 "해당 클럽이 ACLE에서 기권한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경기 진행을 거부하거나 경기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사전에 고지하는 등의 행위를 한 클럽은 기권으로 간주한다.
울산 구단은 SNS를 통해 "산둥 타이산의 대회 포기로 경기가 취소됐다"면서 "온라인 예매는 자동 취소 및 환불 처리될 예정이며 팬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산둥이 대회를 포기한 사유는 석연치 않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산둥은 AFC 측에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건강 문제로 이날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AFC는 규정상 한 경기만 불참할 수 없으며, 대회 전체를 포기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프로연맹에 따르면 산둥은 이를 받아들였다.
산둥은 지난 11일 열린 광주FC와의 ACLE 홈 경기(3-1 승)에서 정치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경기 도중 일부 홈팬들이 원정 팬 쪽을 향해 고 전두환의 얼굴이 새겨진 사진을 들고 응원해 뭇매를 맞았다.
광주 구단은 "광주광역시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조롱하고 비하하는 행위"라면서 "AFC에 공식 항의 서한을 내고 철저한 조사와 징계를 요구하겠다"며 강하게 대응했다.
이후 산둥은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사과 성명을 냈으나, 또다시 K리그 팀과의 논란에 휩싸였다.
산둥의 ACLE 포기로 이목이 쏠린 팀은 포항 스틸러스다.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전날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에 2-5로 패한 포항은 3승5패 승점 9를 기록, 최종 9위에 그쳐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16강행 티켓을 놓쳤다.
하지만 8위였던 산둥(3승1무3패·승점 10)이 대회를 포기하면서 16강행 티켓이 한 장이 남게 됐다.
ACLE 경기 규정에 따르면 기권팀이 나올 경우 해당 팀과 치른 경기 결과가 모두 배제된 채로 전적이 다시 계산된다. 이대로면 한 차례 산둥을 꺾은 포항은 9위에 그대로 머무른다. 하지만 산둥과 맞붙은 팀은 한 경기 기록이 사라져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AFC가 이 문제를 고려해 순위를 한 계단씩 끌어올리면 포항에도 기회가 생긴다. 다만 AFC는 아직 이와 관련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