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29, 페예노르트)이 꿈의 무대 토너먼트를 누빈다.
페예노르트는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쥐세페 메아차에서 열린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AC 밀란과 1-1로 비겼다.
쉽지 않은 밀란 원정에서 패배를 면한 페예노르트는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겼던 리드를 앞세워 16강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페예노르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건 유러피언컵이라 불렸던 1974-75시즌 이후 50년 만이다.
페예노르트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어렵게 1차전을 한 골 차로 이기고 2차전에 임했는데 유리함을 너무 일찍 놓쳤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1년 만에 산티아고 히메네스에게 헤더골을 내주면서 선제골을 내줬다. 자연스럽게 합계 스코어도 1-1 동률이 됐다.
페예노르트 입장에서는 고전이 예상됐다. 경기장 분위기도 밀란으로 급격히 기울어 대량 실점을 피하는 게 우선으로 여겨졌다. 이를 의식한 페예노르트도 수비에 집중하면서 추가 실점을 피하기 위해 애를 썼다.
전반을 잘 마무리한 페예노르트는 후반 초반 변수에 웃기 시작했다. 밀란은 후반 6분 주축 수비수인 테오 에르난데스가 퇴장을 당했다. 전반 막바지 위협적인 슈팅으로 골대를 맞출 정도로 공수에 걸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카드인데 헐리우드 액션으로 경고가 누적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한 명이 많은 이점을 공격으로 잘 보여주던 페예노르트가 후반 28분 훌리안 카란사의 헤더로 동점을 만들었다. 우고 부에노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카란사가 머리로 강하게 받아넣었다.
이제 다급해진 쪽은 밀란이다. 홈에서 16강 진출 실패 직전에 몰린 밀란이 계속해서 몰아쳤다. 수비에 집중하던 페예노르트는 육탄 방어로 응수했다. 역습으로 기회를 엿보다 후반 43분 이고르 파이샹이 마이크 메냥 골키퍼가 나온 걸 보고 먼 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골문을 훌쩍 벗어났으나 밀란이 공격에만 매진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를 누렸다.
잘 버티던 페예노르트는 경기 종료 직전 지바리오 리드가 퇴장을 당하기도 했지만 합계 2-1 리드를 끝까지 지키면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황인범도 부상을 털어내면 챔피언스리그 16강 무대를 누빌 수 있게 됐다.
최근 페예노르트는 황인범을 직접 영입하고 중용하던 브리안 프리스케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모습이다.
아쉽게도 황인범은 50년 만의 완성한 기적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이번 시즌 페예노르트에 합류하고 단번에 핵심으로 자리잡은 황인범은 너무 많은 경기를 소화한 탓에 요즘 컨디션이 들쑥날쑥하다. 결국 밀란과 펼친 플레이오프 2경기에 모두 결장했다.
그래도 페예노르트가 리그 페이즈를 통해 플레이오프까지 생존하는데 지분이 결코 적지 않다. 황인범은 올 시즌 리그 13경기에 나서 2골 2도움을 올렸다.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리그도 7경기에 선발 출전해 확고한 입지를 자랑했지만 과부하로 이어진 모습이다.
페예노르트가 세운 큰 역사에 한축을 담당한 황인범이 다음 라운드에 출전한다면 생애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16강을 뛰게 된다. 직전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는 조별리그만 소화했었다.
페예노르트의 16강 상대는 아스널(잉글랜드) 또는 인터 밀란(이탈리아)으로 좁혀졌다. 토너먼트에서도 녹록지 않은 여정이 예상되지만 빅클럽을 향해 쇼케이스를 펼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