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울버햄튼)이 올 시즌 첫 번째 도움을 기록하며 활약했지만 또 다시 부상으로 쓰러졌다.
울버햄튼은 9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블랙번에 위치한 이우드 파크에서 열린 2024-25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32강전에서 블랙번에 2-0으로 승리했다.
황희찬은 전반 33분 주앙 고메스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고, 울버햄튼은 16강에 진출했다.
'45분 활약' 황희찬, 1도움으로 존재감
울버햄튼은 3-4-3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샘 존스톤이 골문을 지킨 가운데 수비는 에마뉘엘 아그바두-산티아고 부에노-토티 고메스가 포진했다. 미드필드는 넬송 세메두-주앙 고메스-장 리크너 벨레가르드-호드리구 고메스, 최전방은 곤살루 게드스-황희찬-마테우스 쿠냐가 자리했다.
두 팀 모두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를 취했다. 기회는 울버햄튼이 먼저 잡았다. 전반 4분 중앙에서 쿠냐의 직접 프리킥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블랙번은 전반 9분 아우구스투스 카르보의 슈팅으로 응수했으나 골문 위로 떠올랐다. 전반 18분 프리킥 상황에서 도미닉 하이얌이 헤더로 골망을 갈랐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득점이 취소됐다.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전반 33분 울버햄튼의 선제골이 터졌다. 황희찬의 발 끝에서 득점이 만들어졌다. 오른쪽 게드스의 패스를 받은 황희찬이 페널티 박스 아크 정면에서 상대 수비의 압박을 피한 뒤 쇄도하던 주앙 고메스를 향해 패스를 찔러줬다. 주앙 고메스는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지었다. 황희찬의 시즌 1호 도움이었다.
이어 울버햄튼은 1분 뒤 곧바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전반 34분 역시 황희찬이 기점 역할을 했다. 후방에서 길게 연결된 공을 황희찬이 침투하며 찬스를 만들었고, 이후 세메두의 원터치 패스를 받은 쿠냐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전반 종료 직전 예상치 못한 악재가 찾아왔다. 황희찬이 오른쪽 허벅지를 잡은 채 그라운드에 쓰러진 것이다. 황희찬은 머리를 감싸쥐으며 아쉬운 표정을 드러냈다. 결국 울버햄튼은 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에 황희찬을 빼고, 파블로 사라비아를 교체 투입했다.
후반 들어 울버햄튼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통해 시간을 보냈다. 후반 21분 벨레가르드, 게드스 대신 안드레, 마셜 무네치를 투입했다.
후반 29분 쿠냐의 강력한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점수차를 벌리는데 실패했다. 후반 38분 세메두를 불러들이고, 라얀 아이트 누리를 넣으며 측면을 재정비한 울버햄튼은 이후 실점 없이 틀어막으며 승리를 거뒀다.
커리어 내내 반복하는 햄스트링 부상
황희찬은 지난 시즌 리그 12골 2도움을 기록하며, 울버햄튼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그랬던 그가 올 시즌에는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다. 시즌 초반 2경기 연속 선발 출전 이후 3라운드부터 벤치 자원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0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기간 도중 A대표팀에 차출돼 부상을 당하면서 장기간 결장했다. 하지만 황희찬은 18라운드 맨유전에서 마수걸이 골을 시작으로 19라운드 토트넘전에서 2경기 연속 골을 가동하며 부활하는 듯 보였다.
안타깝게도 황희찬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달 11일 FA컵 64강전(3라운드) 브리스톨 시티전에서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현지 언론과 팬들에게 호된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16일 21라운드 뉴캐슬전에서는 드리블을 시도하던 도중 공을 빼앗기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 경기서 45분만 뛰고 교체 아웃된 황희찬은 이후 첼시(결장)-아스날(전반 32분 교체 투입)-아스톤 빌라(후반 34분 교체 투입)와의 3연전에서 모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블랙번과의 FA컵 32강전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였다. 팀 내 주전 골잡이 외르겐 스트란드 라르센의 부상으로 황희찬이 선발에 포함된 것이다. 뉴캐슬전 이후 약 4주 만에 첫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최전방 공격수로 포진, 전반 33분 절묘한 패스로 주앙 고메스의 득점을 도왔다.
문제는 황희찬의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이다. 선수 커리어 내내 황희찬의 발목을 잡은 부위다. 이러다보니 한 시즌 동안 일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블랙번전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처럼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는 흐름에서 황희찬의 이번 부상은 큰 타격임에 틀림없다. 다행이라면 부상 상태가 크게 심하지 않다는 점이다.
경기 후 비토르 페레이라 감독은 "황희찬에 대한 상황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한다. 부상이 심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햄스트링 문제로 보이는데 심각한 증상은 없다고 황희찬이 직접 말했다"고 밝혔다.
2024-25 잉글랜드 FA컵 32강전(4라운드)
(이우드 파크, 영국 블랙번 - 2025년 2월 9일)
블랙번 0
울버햄튼 2 - 주앙 고메스(도움:황희찬) 33' 쿠냐(도움:세메두)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