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멀티골 기록하며 토트넘 승리 이끌어, 레전드로서 여전히 팀 구심적 역할손흥민이 오랜만에 멀티골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승리를 이끌었다. 1월 24일(한국시간) 독일 진스하임의 프리제로 아레나에서 열린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리그 페이즈 7차전 경기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의 맹활약에 힘입어 호펜하임(독일)을 원정에서 3-2로 제압하며 값진 승리를 챙겼다.
손흥민은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여 시즌 9, 10호골을 연이어 달성하며, 토트넘 2년차이던 2016-17시즌부터 최근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토트넘이 경기시작 3분만에 터진 제임스 매디슨의 선제골로 앞서가던 전반 22분, 손흥민은 매디슨이 중앙선 부근에서 투입한 패스를 이어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들어 슈팅을 시도했다. 손흥민의 왼발 슈팅은 수비수의 몸에 맞고 굴절되면서 그대로 골대 좌측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또한 2-1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이어나가던 후반 32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다시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침투한 손흥민이 수비수를 앞에 두고 스텝 오버에 이어 강력한 왼발 슈팅을 터뜨리며 추가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득점 직후 윌 랭크셔와 교체되어 벤치로 물러났다. 토트넘은 후반 막판 호펜하임에게 만회골을 내주며 추격당했으나 한 점차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손흥민의 값진 득점은 결승골이 됐다.
이날 승리로 유로파리그 4경기만에 승리를 추가한 토트넘은 4승 2무 1패, 승점 14점으로 순위를 6위까지 끌어올렸다. 8위까지 주어지는 16강 직행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토트넘은 리그 페이즈 한 경기만을 남겨두었고,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9위 갈라타사라이(승점 13)에는 승점 1점차로 아슬아슬하게 앞서고 있다.
토트넘에게는 이번 유로파리그가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올시즌 EPL에서 토트넘은 현재 7승 3무 12패, 승점 24점에 그치며 리그 15위에 머물고 있다. 최근 리그 10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고작 1승 2무 7패에 불과하다.
내년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첼시(승점 40)와는 무려 16점차이로 오히려 강등권인 18위 입스위치(승점 16)와의 격차가 더 가깝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한 이래로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성적이다.
리그에서의 상위권 반등 가능성이 희박해진 토트넘으로서는, 남은 시즌 컵대회에 좀 더 비중을 둘수밖에 없다. 토트넘은 현재 리그컵(카라바오컵) 준결승에 진출하여 1골차 리드를 안은 상황에서 리버풀과 2차전을 앞두고 있다. FA컵에서는 4라운드에 올라 애스턴 빌라를 상대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가치가 높은 대회는 역시 유로파리그다.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얻을 수 있다. 토트넘은 2008년 리그컵 대회우승을 끝으로 최근 16년간 우승트로피를 단 하나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챔피언스리그 진출은 2022-23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올시즌 유난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손흥민에게도 유로파리그에서의 활약은 큰 의미가 있다. 손흥민은 예년에 비하여 활약이 부진하다는 평가와 함께, 인종차별 피해 논란, 재계약 문제와 이적설 등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려야 했다. 이 과정에서 토트넘 구단과 홈팬들, 영국 언론들까지 손흥민에게 '토트넘과 EPL의 레전드'에 걸맞은 예우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열린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에버턴전 직후 손흥민을 향한 비난은 절정에 달했다. 이날 손흥민은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출장했으나 결정적인 득점찬스를 놓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토트넘은 2-3으로 충격패를 당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경기 후 손흥민은 원정팬들에게 다가가 두 손을 모으고 사과하는 제스처와 함께 인사를 전했음에도, 일부 토트넘 팬들은 몰상식한 야유와 욕설로 대응했다. 손흥민은 고개를 숙인 채 씁쓸한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퇴장해야 했다. 일부 영국 언론들도 손흥민에게 낮은 평점을 내렸다.
하지만 호펜하임전의 눈부신 활약을 통하여, 여전히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대체할만한 공격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손흥민은 이날까지 올시즌 리그 19경기 6골 6도움, 유로파리그 5경기 3골 1도움, 리그컵 3경기 1골, FA컵 1경기 1도움으로 28경기 10골 8도움을 기록 중이다. 도움 2개만 추가하면 10-10(득점-도움) 과 공격포인트 20개 돌파도 눈앞이다.
영국 언론의 분위기도 한 경기 만에 달라졌다. 공영방송인 BBC와 스카이스포츠 등은 스포츠 섹션 메인에 손흥민의 골 세리머니 사진을 메인으로 올리며 비중있게 보도했다. "손흥민이 9시즌 연속 모든 대회를 합쳐 시즌 10골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6-2017시즌 이후 EPL에서 활약 중인 선수 중에서는 유일한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BBC는 "손흥민이 토트넘 소속으로 유럽대항전 26골을 기록했다. 36골을 넣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을 제외하고 현역 토트넘 선수로서는 역사상 최고의 기록"이라고 손흥민을 집중조명했다.
비록 손흥민이 올시즌 들어 전성기만큼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토트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증명했다. 특히 손흥민이 이날 멀티골을 선보이고 평소와 달리 손을 입에 가져가며 '쉿' 하는 제스처를 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것은, 최근 자신을 향한 과도한 비난 여론에 대한 뼈있는 대응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누가 뭐라해도 손흥민은 레전드로서 지금보다 좀더 존중받아야 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