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 대한체육회장 당선인 만나보니
“상명하복 등 수직적 문화 여전
체육인들의 현장 목소리 경청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된 유승민 당선인이 “권위를 내려놓고 진심으로 소통하겠다. 가장 부지런한 일꾼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82년생으로 MZ세대 ‘맏형’ 격인 그의 당선에 변화를 열망했던 체육인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수직적 문화와 권위주의라는 고질병에 앓던 한국 체육이 경직된 분위기를 깨고 다시 일어설 지 주목된다.
유 당선인은 16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당선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체육인과 긴밀히 소통했던 선거 기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던 그는 스스로 무게감을 내려놨다. 쇼츠 영상 제작, 챌린지 참여, 인공지능(AI) 공약 발표 등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노력과 진정성을 보인 끝에 당선됐다.
미래를 이끌 젊은 체육인들이 바라는 부분을 제대로 짚었다. 폐쇄적 분위기의 한국 체육계는 소통이 부족했다. 아래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져 왔다. 2024 파리올림픽 직후 변화를 촉구한 배드민턴 안세영 선수도 처음부터 작심 발언할 계획은 아니었다. 지도자나 협회에 전달한 개선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마음을 바꿨다.
국민일보가 최근 만난 국가대표 A선수는 “용기를 내서 변화를 요구해도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윗분들에게 찍혀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출신 B코치는 “요즘 어린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만 체육계의 상명하복 문화가 잔재한다”며 “지도자도 고위 관계자의 눈치를 보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유 당선인은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게 먼저였다. 제대로 알고 만들자는 생각에 공약도 늦게 냈다”고 밝혔다. 체육회 가맹 68개 종목을 체험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는 “저라면 자기 종목에 관심과 열정, 이해를 보여주는 회장을 뽑고 싶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 체육은 파리올림픽 선전에도 여러 병폐가 드러났다. 체육회는 각종 조사와 감사로 지난해 하반기를 보냈다. 선수·지도자는 물론 체육회 구성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유 당선인은 “빠른 속도로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임원이 아닌 직원들이 목소리를 내고 체육 발전에 열정을 쏟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협력도 도모한다. 이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장미란 차관을 만난 그는 “(유 장관으로부터)제가 추진하는 걸 시원하게 서포트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참여에 대해서도 “체육 정책에 관련된 거라면 어떤 기관이든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선거를 마친 뒤 2020년 가혹행위로 세상을 떠난 고(故) 최숙현의 아버지로부터 축하 문자를 받았다. 그는 “조금 잊힌 일이 된 것 같아 부끄러웠다. 체육인 인권도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체육계 전체의 건강한 문화를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