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거의 10년을 있었지만 이런 순위는 처음이다." 손흥민이 아스널과 경기후 미디어와 인터뷰를 하다 내뱉은 말이다. 토트넘홋스퍼의 불명확한 방향성이 불러온 비극이다.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21라운드를 치른 토트넘이 아스널에 1-2로 패했다. 토트넘은 리그 13위(승점 24)로 내려섰다.
토트넘이 선제골을 넣고도 무릎을 꿇었다. 전반 20분부터 기세를 잡아 아스널을 휘몰아쳐 전반 25분 손흥민의 득점으로 결실을 맺었으나 전반 39분 석연찮은 판정으로 인한 아스널 코너킥에서 도미닉 솔랑케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따라잡혔고, 전반 44분에는 이브 비수마의 턴오버로 시작된 아스널 역습이 레안드로 트로사르의 역전골로 연결됐다. 토트넘은 후반 파페 사르와 비수마를 빼고 브레넌 존슨과 제임스 매디슨을 넣는 강수를 뒀으나 결론적으로는 추가 득점에 실패한 채 1-2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코너킥 오심은 확실히 운이 없었지만,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아스널전 3연패를 당했다는 그 자체로 마냥 오심 탓만 할 수는 없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PL 창설 이후 토트넘에서 북런던 더비 리그 3연패를 당한 최초의 감독이다. 애초에 토트넘의 북런던 더비 리그 3연패 자체가 이전에는 없었다.
패배하는 방식도 일관됐다. 지난 시즌 후반기 맞대결에서는 코너킥 실점 2회와 역습 실점 1회, 이번 시즌 전반기 맞대결에서는 코너킥 실점 1회로 패배를 맛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의 경기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전반전은 너무 소극적이었다. 아스널이 주도권을 잡도록 허용했다. 공이 있든 없든 템포를 조절할 수 있게 해준 것에 실망했다"라며 "나는 그렇게 팀을 구성하지 않았다. 내려앉아 아스널이 경기하도록 두는 건 좋지 않았다"라고 일갈했다.
이번 패배는 분명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책임이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선수에 맞는 전술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으로 선수를 끼워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세트피스나 뒷공간 노출로 실점을 허용해 패배하는 패턴이 반복됨에도 전술 수정에 적극적이지 않다. 애초에 라두 드라구신과 아치 그레이로 높은 수비라인을 설정하려는 판단 자체가 실책이며, 드라구신과 그레이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막 부상에서 돌아온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더펜을 무리하게 기용한 탓이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만의 잘못으로 넘겨선 안 된다. 토트넘의 추락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 문제이자 그러한 전술과 불일치하는 토트넘의 이적시장 기조가 합쳐진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토트넘이 지난겨울 영입한 드라구신은 분명 잠재력이 있는 선수지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원하는 광활한 뒷공간을 커버할 발 빠른 센터백, 후방 빌드업에 능한 센터백과는 거리가 있다.
이번 시즌 영입 기조를 봐도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생각이 없다. 여름 영입생 중 즉시전력감은 도미닉 솔랑케뿐이었다. 아치 그레이, 루카스 베리발, 윌손 오도베르 모두 현재보다는 미래를 염두에 둔 영입이었다. 만약 토트넘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정말로 지지했다면 윙어나 미드필더보다는 수비진을 두텁게 만드는 선택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그 대신 '미래에 판매할 만한 자원'을 들여오는 데 급급했다.
토트넘은 여전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신뢰한다는 보도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 신뢰를 증명할 만한 이적시장 제스처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토트넘의 추락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 경직과 그를 지지하는 토트넘 수뇌부가 전술을 고려하지 않은 선수들을 수급하면서 시작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토트넘홋스퍼 X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