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상암동, 장하준 기자] 절친한 사이이기에 나올 수 있는 장난이었다.
김상식(48)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국가대표팀은 지난 5일(한국시간) 동남아시아 최대 축구 축제인 2024 동남아축구선수권대회(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태국을 3-2로 제압했다. 앞서 펼쳐진 1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둔 베트남은 1,2차전 합산 스코어 5-3으로 태국을 누르고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유의미한 성과를 내며 베트남의 국민 영웅이 된 김 감독이었지만, 지도자 경력 내내 성공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 2023년 김 감독은 K리그1 전북현대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뒤 구단과 결별했다.
그에게 전북은 의미가 남다른 팀이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이었던 2009년 전북에 입단한 뒤 곧바로 구단 역사상 첫 K리그1 우승을 일궈내는 등 다양한 업적을 세우며 팀의 상징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이어 2013년 현역 은퇴를 선언한 뒤에도 전북과 함께였다. 김 감독은 2020년까지 코치 역할을 맡아 많은 우승에 이바지했다. 그리고 2021년 전북의 공식 사령탑으로 낙점받으며 지휘봉을 잡았다.
김 감독은 부임 이후 2021시즌 K리그1, 2022시즌 하나은행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좋았던 시절만큼의 경기력이 아니었고, 전북 팬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2023시즌 중반 전북은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결국 김 감독은 전북과 결별했다.
전북은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함께 겪은 팀이었다. 그렇기에 베트남 우승을 기념한 인터뷰에서 전북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김 감독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베트남 이야기를 마친 뒤, 한숨과 함께 전북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전북에서 우승을 하긴 했지만, 세대교체를 적극적으로 해야 했다. 하지만 (선수 시절) 함께 우승했던 선수들과 정에 휩쓸려서 그러지 못했다"라며 아쉬웠던 부분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결별 후에도 꾸준히 전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시즌 전북이 겪은 최악의 위기에 대해 "내 책임이 무척 큰 것 같다. 전북에서 내 실수가 있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전북은 김 감독과 결별한 뒤 단 페트레스쿠, 김두현 감독을 연이어 선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승강 플레이오프(PO)까지 내려간 뒤 힘겹게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이에 그는 전북의 추락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당시의 실수를 인정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이를 교훈 삼았다. 김 감독은 "전북에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런 판단이 좋은 성과를 낸 것이 아닌가 싶다"라며 전북에서의 경험이 베트남 우승에 도움을 줬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가슴 속에 품어왔던 전북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던 중, 이동국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동국은 김 감독과 전북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으며, 이와 더불어 한국 국가대표팀에서도 함께 활약했다. 두 사람의 연은 오랫동안 이어졌고, 현재 이동국과 김 감독은 둘도 없는 '절친' 사이다.
그렇기에 이동국의 이름이 나오자, 김 감독의 얼굴은 돌연 웃음기로 가득 채워졌다. 그는 촬영 카메라를 보며 "(이)동국아, 잘 봐라. 이동국이 작년에 하노이(베트남)에 방문해서 자기가 쓴 책을 선물했다. 그런데 책 첫 장에 뭐라 이상한 게 쓰여 있더라. 아, '더 이상의 경질은 없다'였다"라며 인터뷰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전북 시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이동국의 장난스럽고도 뼈 있는 농담이었다.
이어 김 감독은 억울함을 표하며 "내가 그래서 '나 (전북에서) 경질된 거 아니다. 내가 옷 벗고 나온 거다. 사퇴라고, 사퇴'라고 반박했다"라며 당시 상황을 생생히 재연했다. 인터뷰실은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됐다. 워낙 절친한 사이였기에 나올 수 있는 이동국의 '한 방'과 김 감독의 반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