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계륵의 운명이 완전히 바뀔 모양이다.
맨유는 지난 13일(한국시간) 아스널과의 2024-25 FA컵 3라운드(64강전)에서 연장 혈전을 치르며 1-1로 비긴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기며 4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파열음이 컸던 경기다. 전반 38분 아스널의 가브리엘 제수스가 왼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후반 16분에는 지오구 달롯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25분에는 양팀 선수들이 엉겨 싸웠다. 페널티킥 허용 과정에서 해리 매과이어가 분노했고 가브리엘과 각각 경고를 받았다. 이후 마르틴 외데고르의 킥이 막히면서 경기는 더 뜨거웠다.
매과이어는 분노를 터뜨리며 경기했고 승부차기까지 밀고 갔다.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시작으로 키커 전원이 성공한 맨유와 달리 아스널은 2번 키커 카이 하베르츠가 실축하며 라이벌전에서 무너졌다.
이날 매과이어는 최우수선수(MOM)급 활약을 했다. 익스프레스, 미러 등 주요 일간지는 물론 풋몹, 후스코어드닷컴 등 주요 통계 업체의 최고 평점을 독차지했다.
올 시즌 종료와 함께 맨유와 계약이 끝나는 매과이어다. 에릭 텐 하흐 전 감독 시절 빌드업 실수의 원흉이 되며 수비 실수의 대명사로 찍히면서 중용되지 못했다.
재계약 이야기 없이 시즌이 흘러가던 상황, 보스만 룰로 다른 구단과 협상이 가능한 겨울 이적 시장이 열렸지만,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짐 랫클리프 공동 구단주가 선수들을 향해 주급 삭감 등 비용 절감을 외치면서 마커스 래시포드는 이미 이적 시장에 나왔고 다른 선수들도 사시나무 떨듯이 이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교롭게도 매과이어는 후벵 아모림 감독이 부임한 뒤 근육 부상에서 돌아와 선발과 교체를 오가더니 맨체스터 시티와의 리그 16라운드부터 선발로 자리 잡았고 리그컵 토트넘 홋스퍼와의 8강전을 거른 뒤 17라운드 본머스전을 시작으로 울버햄턴, 뉴캐슬 유나이티드, 리버풀전에 이어 아스널전까지 선발 풀타임을 소화했다.
2019년 여름 레스터시티를 떠나 맨유에 입성하며 당시 환율 기준으로 8,000만 파운드(약 1,460억 원)의 이적료가 책정됐던 매과이어다. 현재 가치는 10% 수준까지 떨어졌다.
침묵을 유지한 매과이어였다. 이유가 있었다. 맨유가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해 2026년 6월까지 동행한다.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면서 전투력이 살아났고 아스널전에서는 싸움닭처럼 수비의 리더로 자리 잡았다.
'데일리 메일'은 맨유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매과이어의 활약을 본 맨유가 수비 영입 계획을 바꿨다. 당초에서는 제라드 브렌스웨이트(에버턴)처럼 이적료 비싼 선수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방침을 철회했다'라고 설명했다. 아모림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며 팬들의 신뢰도 회복하는 분위기다. 페르난데스에게 내준 주장 완장을 다시 달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음 시즌까지 활약을 이어가면 재계약도 가능하다.
이미 매과이어 외에도 올 시즌 영입한 마테이스 더 리흐트, 레니 요로에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까지 있다. 젊은 선수를 수혈하면서 측면 수비와 공격진 정비에 더 신경을 쏟겠다는 것이 맨유의 의지다. 분노의 역류를 경기력으로 보여주는 매과이어 스스로 운명을 개척 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