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신문로, 금윤호 기자) 주장 완장을 차고 한국에 사상 첫 남자축구 올림픽 메달을 안겼던 구자철이 17년간의 프로 생활을 마치고 이제는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구자철은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 및 제주SK FC 유소년 어드바이저 위촉식에 참석했다.
이날 은퇴식이 진행된 축구회관 다목적실에는 미리 마련한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해외 축구의 아버지' 박지성에 이어 2010년대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구자철은 '동갑내기' 기성용(FC서울), 이청용(울산HD) 등과 함께 황금세대를 이뤘다.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구자철은 2008년 허정무 전 감독의 부름을 받고 만 18세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며 A대표팀에 데뷔했다.
구자철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대회 득점왕을 차지한 데 이어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홍명보호 선수단 주장을 맡아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선보였고, 일본과의 3, 4위 결정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 사상 첫 올림픽 메달 멤버가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구자철은 "그 때 넣은 골을 내 축구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축구 최초 올림픽 메달을 딴 선수 중 한 명으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며 올림픽 메달 획득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나타냈다.
메이저 대회에서 성과를 올리며 유럽 구단의 관심을 받은 구자철은 해외 진출을 결정했고, 독일 분데스리가에 입성해 볼프스부르크, 마인츠, 아우크스부르크 등에서 활약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2015 호주 아시안컵,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국가대표로도 굵직한 대회를 소화한 구자철은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구자철은 국가대표(A대표팀 기준)로는 76경기에 출전해 19골을 넣으며 한국 축구에 헌신했다.
태극마크 내려놓았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간 구자철은 알가라파SC, 알코르SC(이상 카타르)를 거쳐 2022년 자신이 프로 데뷔했던 친정팀 제주로 복귀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뛰며 망가진 무릎이 버티지 못하면서 많은 경기를 뛰는데 어려움이 따랐고, 결국 2024시즌을 끝으로 선수 은퇴를 결심했다.
구자철은 K리그 통산 95경기에 출전해 8골 19도움을 기록했으며, 프로 통산으로는 391경기 동안 49골 40도움을 작성했다.
선수 시절 많은 활동량으로 '두 개의 심장'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박지성은 구자철을 두고 "나보다 많이 뛰는 선수"라고 할 만큼 그의 적극성과 책임감을 인정했다.
박지성에 이어 대표팀 주장을 맡았던 구자철은 자신의 절친 기성용에게 주장 완장을 넘겼고, 기성용 이후에는 구자철이 A매치 첫 득점을 도왔던 손흥민에게 주장 완장을 물려받았다.
독일에서 뛰던 시절 유소년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앞으로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공헌하고 싶다고 밝힌 구자철은 이제 경기에 나서지는 않지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축구 꿈나무를 육성하는데 힘쓰겠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의 17년간 선수 생활을 회상하고 매듭지었다.
사진=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