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주대은 기자(종로)] 구자철이 현역 은퇴 소감을 전했다.
제주SK FC는 1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축구회관 2층 다목적홀에서 구자철 현역 은퇴 기자회견 및 제주SK FC 유스 어드바이저 위촉식을 진행했다.
구자철은 지난 2007년 제주에서 데뷔해 2010년 K리그 베스트 11, 도움왕 등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이듬해 독일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며 유럽 진출에 성공했고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등에서 뛰었다. 이후 카타르 무대로 넘어가 알 가라파, 알 코르 등에서 커리어를 보냈다.
구자철은 지난 2022시즌을 앞두고 제주에 복귀했다. 해외 진출 당시 K리그 복귀 시 제주 유니폼만 입겠다는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는3시즌 동안 28경기 1골 2도움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었다.
구자철은 "더 빨리 나와서 한국 축구를 위해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무한한 책임감을 드린다. 많은 취재진이 와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수년간 은퇴를 준비해 왔다. 단지 한국 축구를 위해 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은퇴 후에도 내가 받은 사랑과 누렸던 경험을 통해서 우리 세대들은 자신의 역할을 간과하지 말자는 생각이 확고했다"라고 말했다.
또 "시대가 빠르게 변하기에 시간에 융화되는 게 중요하지만, 나는 유소년 쪽에 심혈을 기울이고, 아우크스부르크에 있을 때 뮌헨에 찾아가서 조금씩 배웠다. 다행히 날 낳아주고 키워준 제주에서 나에게 유소년 어드바이저 직책을 주셨다. 서두르지 않고 매듭을 짓는 일을 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구자철은 선수 생활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2 런던 올림픽을 꼽았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실 축구화를 신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걸고 단상에 올라갈 때가 가장 기억 난다. 시상대에서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때, 그때 기억이 많이 난다"라고 밝혔다.
아쉬웠던 순간으로는 "너무 많다.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아쉬움, 아픔, 속죄 같은 게 있다. 지금까지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그게 2014 브라질 월드컵이다. 아쉬운 걸 떠나서 그때 내가 너무 어렸다. 은퇴를 한다고 했을 때 '대표팀 최연소 주장, 월드컵 주장'이라는 타이틀이 따라온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자랑스럽지 않다"라고 꼽았다.
당시를 떠올리며 구자철은 "돌이켜보면 너무 어렸다. 난 월드컵에 나가는 선수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당시엔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경험이 없고, 부족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 경험을 통해 많이 성장했지만 나의 부족함 때문에 월드컵에서 결과가 국민들에게 아쉽고, 월드컵이라는 대회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덕을 볼 수 있었던 분들에게 책임감이 없지 않았나"라고 했다.
구자철은 "죄송하다. 말이 길어지는데 제주 후배들한테도 항상 이야기한다. 제주 선수는 제주라는 사회의 어린이들에겐 꿈, 동경, 배울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프로선수로서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한다. 나는 제주SK가 제주도 전반의 꿈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월드컵은 사회적 책임이 따라온다. 그 부분이 부족했다. 아쉬웠던 순간이 많지만, 2014년을 담아두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물음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 중 한 명으로 기억되면 행복할 것 같다. 내 마음속에 남는 거랑 다르다고 생각한다. 2014년도엔 아픔을 드렸지만 2012년엔 즐거움을 드렸던 것 같다. 긍정적이고 즐거운 이미지로 남고 싶다"라고 답했다.
한편 제주는 구자철의 헌신을 인정해 유스 어드바이저로 동행을 결정했다. 구자철은 앞으로 유럽 유스 시스템과 훈련 프로그램을 제주에 전달하고, 유럽 축구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소년 선수들의 해외 연수를 위한 가교 역할을 맡는다. 또한 제주의 유럽 지역 외국인 선수 영입에 대한 스카우팅도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일단 급하게 무언가를 바꿀 생각은 없다. 기존에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존경심이 있다. 내가 우월하거나 더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올해 1년은 옆에서 지켜보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면서 내가 할 일이 늘어 났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내가 뭔가 하자고 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내가 보고 아는 것과 현장의 어려움은 다르다. 난 아직 현장의 어려움은 모른다. 유소년 시스템은 우리가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그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매듭을 지을 때까지 지혜롭고 현명하게 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