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은 신태용 감독을 잊지 못했다. 파트릭 클라위베르트 감독이 새로 선임됐지만, 아직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PSSI)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인도네시아 '자바 포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팬들은 신태용이 해고된 사실을 여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클루이베르트를 '파트릭 스펀지밥'으로 개명했다"라고 보도했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6일 경질됐다. PSSI는 "이번 결정은 신중하고 충분한 검토, 평가 과정을 거쳐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위원회가 팀의 성과와 장기적인 목표를 종합해 고려하고 평가한 결과 내려진 것"이라며 "그동안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발전을 위해 기여한 신태용 감독의 모든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성공과 행복이 함께하길 기원한다"라고 전했다.
충격적인 경질이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2020년 1월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부임했고, 2027년 여름까지 계약돼 있었다. 그는 연령별 대표팀까지 지휘하며 인도네시아 축구의 기초를 다지는 중이었다.
인도네시아 축구의 새 역사도 여럿 썼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인도네시아를 사상 최초로 아시안컵 16강까지 올려뒀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C조 3위를 달성하며 처음으로 본선 진출국을 가리는 단계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11월엔 월드컵 예선 C조 6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으며 사우디 상대 첫 승리를 일궈냈다.
하지만 에릭 토히르 PSSI 회장은 인도네시아가 AFF 미쓰비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하자마자 신태용 감독을 경질했다. 인도네시아는 다른 국가와 달리 22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로 꾸렸고, 퇴장 악재 속에 1승 1무 2패를 거두며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자 토히르 회장은 "우리는 선수들이 동의한 전략을 더 잘 실행할 수 있고, 더 잘 의사소통할 수 있고, 대표팀 전체를 위한 더 나은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본다"라며 경질을 선언했다.
PSSI는 신태용 감독과 결별한 지 이틀 만에 클라위버르트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PSSI는 10일 "클라위버르트 감독과 2025년부터 2027년까지 2년 계약을 맺었으며 계약 연장 옵션이 포함돼 있다. 그는 네덜란드 출신의 알렉스 파스토어, 데니 랜자트와 같은 코치들의 지원을 받을 예정이며 이 외에도 두 명의 인도네시아 현지 코치가 보조 코치로 합류한다"라고 알렸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클라위버르트는 감독 경력이 많지 않기 때문. 초보 감독이나 다름 없는 클라위버르트는 지도자 커리어 면에서 신태용 감독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신태용 감독은 지난 5년간 인도네시아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173위에서 125위까지 끌어올린 주인공이다.
토히르 회장은 신태용 감독을 경질하면서 '역동성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우리는 선수들이 동의한 전략을 더 잘 실행할 수 있고, 더 잘 의사소통할 수 있고, 대표팀 전체를 위한 더 나은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감독 경력이 많지 않은 클라위버르트가 인도네시아 축구에 얼마나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한 팬은 "신태용 감독을 왜 경질했나? 누가 그를 대신할 건가? 아직 우리 대표팀은 진행 단계다. 결과만 보고 과정을 전혀 평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발전할 수 있겠는가?"라고 일침을 날렸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를 월드컵 예선 3위에 올려뒀다. 꼴찌로 떨어지면 와우, 새 감독이 망할 거야", "신태용 경질이라니 정말 개그다"라는 지적도 있었다.
자바 포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팬들은 '위키피디아' 페이지에서 클루이버르트의 이름을 '파트릭 스펀지밥'으로 바꾸기도 했다. 제대로 된 커리어 없이 지휘봉을 잡은 클루이버르트 감독에 대한 항의로 해석된다.
소셜 미디어에도 신태용 감독의 잔류를 외치는 글이 넘쳐난다. 'VOI'에 따르면 신태용, 신 태용, STY라는 키워드로 올라온 글만 136800개에 달한다. 매체는 "대부분은 신태용 해임에 동의하지 않았다. #STYSTAY라는 해시태그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신태용을 지키려는 수천 개의 게시글이 쇄도하고 있다"라며 "#ThankSTY라는 해시태그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라고 전했다.
토히르 회장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신태용 감독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인도네시아 축구를 위해 일해준 신태용 감독에게 감사드린다. 이제 클라위베르트 감독을 환영해 인도네시아 축구가 새로운 챕터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여기에도 "신태용 감독을 다시 데려와라", "인도네시아 축구는 후퇴했다", "최고의 감독 신태용을 잃었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에서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신태용 감독이 경질된 이유도 공개됐다. 인도네시아 언론인 리오 차니아도는 신태용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에서 3위에 그치고 있는 점, 라커룸 갈등, 의사소통 문제 때문에 팀을 떠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신태용과 엘칸 바곳, 스테파노 릴리팔리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의사소통 문제도 있다. 지금까지 신태용이 언어적 제약으로 선수들과 직접 소통하지 못했다는 건 비밀이 아니다"라며 "신태용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소한 영어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차니아도는 "인도네시아 대표팀 선수단에서 조화 문제가 발생한 게 당연하다"라며 "대표팀 라커룸에서 갈등 징후가 나타나면 감독 교체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물론 이건 더 나쁜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클루이베르트가 합류하면서 의사소통 및 라커룸 문제는 즉시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신태용 감독은 끝까지 인도네시아 축구에 덕담을 남겼다. 그는 소셜 미디어에 "토히르 PSSI 회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결코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2026년 월드컵을 꼭 진출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 무대를 꼭 밟아보는 것이 내 소원"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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