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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손흥민이 내 앞에?"…인생 경기 펼친 '건물 측량사 GK의 감격 회상'
"맙소사, 손흥민이 내 앞에?"…인생 경기 펼친 '건물 측량사 GK의 감격 회상'
botv
2025-01-14 06:35


[포포투=박진우]

탬워스의 골키퍼 자스비르 싱에게 토트넘 홋스퍼전은 많은 의미가 있었다.

탬워스는 12일 오후 9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탬워스에 위치한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랜드 축구협회컵(FA컵) 3라운드에서 토트넘과의 연장 접전 끝에 0-3으로 패배했다. 이로써 탬워스는 32강 진출에 실패했다.

탬워스 입장에서는 '꿈'과 같은 경기였다. 탬워스는 5부에 해당하는 내셔녈리그 소속이었기 때문. 내셔널리그에서 활약하는 이들 대부분은 '전업 선수'가 아니다. 낮에는 충실히 본업에 임하며, 남는 시간 축구 선수로 활동한다. 탬워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따라서 정점인 '1부' 토트넘을 상대한다는 사실 자체에 많은 의미가 있었다.

토트넘은 정예 멤버를 가동했다. 앤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상대는 우리가 자신들을 과소평가해주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태도를 보이지 않겠다. 탬워스전 우리가 승리할 수 있는 팀을 만들 것이다.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는 선수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토트넘의 라인업은 강력했다. 무어, 베르너, 존슨, 매디슨, 비수마, 사르, 레길론, 그레이, 드라구신, 포로, 킨스키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탬워스가 고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했지만, 내용은 예상과 180도 달랐다. 탬워스는 전반부터 라인을 낮게 형성하며 토트넘의 공격을 완벽 차단했다. 토트넘에게 전후반 각각 79%, 80%로 점유율을 내주는 상황에서도 실점하지 않았다.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승리를 위해 손흥민, 쿨루셉스키, 스펜스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결국 후반 추가시간 탬워스의 아쉬운 자책골과 쿨루셉스키, 존슨의 연속골이 터졌다. 탬워스는 0-3으로 패배했지만, '1부' 토트넘을 상대로 저력을 보여줬다.

이날 가장 돋보였던 선수는 탬워스 골키퍼 싱이었다. 예상치 못한 활약이었다. 싱 또한 전업 축구 선수가 아닌 건물 측량사 본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 싱은 토트넘의 슈팅을 수차례 선방, 탬워스를 실점 위기에서 구했다. 세 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맹활약'을 펼친 싱이었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싱은 4선방, 다이빙 세이브 3회, 박스 내 세이브 3회를 기록했다. 매체는 싱에게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점 7.0점을 부여했다.

싱에게는 많은 의미가 있었던 경기였다. 글로벌 매체 'ESPN'은 싱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싱은 "정신 없는 하루였다. 어제 아침에 아들이 태어났다. 오늘은 토트넘과 축구를 하러 나왔다. 정말…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싱은 손흥민과 마주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연장전 시작과 함께 싱은 탬워스의 주장 완장을 찼고, 진영을 정하는 동전 던지기를 하기 위해 중앙선으로 걸어갔다. 싱은 "정말 놀라웠다. 매디슨이 교체되어 나가고 손흥민이 들어왔다. 내가 주장 완장을 차고 서 있었는데, 그 순간 '맙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심정을 밝혔다.

아들 출산, 토트넘과의 경기, 손흥민과 마주한 순간. 축구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싱에게는 토트넘전이 잊을 수 없는 '인생 경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