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훗스퍼는 이겼지만 웃을 수 없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선택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된 상황이다.
토트넘은 12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영국 탬워스에 위치한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랜드 FA컵 64강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탬워스FC에 3-0 대승을 거뒀다.
예상과 달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전을 대거 기용했다. 마이키 무어, 티모 베르너, 브레넌 존슨, 제임스 매디슨, 이브 비수마, 파페 마타르 사르, 세르히오 레길론, 아치 그레이, 라두 드라구신, 페드로 포로, 안토닌 킨스키가 선발 출전했다. 무어, 레길론 등 그동안 나오지 않았던 선수들도 기용됐지만 손흥민, 데얀 쿨루셉스키, 도미닉 솔란케 정도만 제외하면 가용 가능한 1군 멤버들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FA컵은 훌륭한 스토리라인 안에 있고 우린 초기단계에 있다. 여전히 FA컵은 정말 중요한 전통 있는 대회다. 우리 목표는 FA컵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기는 것 외에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다.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과소평가하지 않으려고 한다. 난 이길 수 있도록 라인업을 구성할 것이다.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하면서 방심하지 않고 나설 것이라 확인시켰다.
그럼에도 탬워스 전력을 고려할 때, 또 원정 경기이고 다음 경기가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폭 로테이션이 맞는 선택으로 보였다. 린 선수들 혹은 그동안 기회를 못 줬던 선수들을 내보낼 게 분명해 보였다. 체력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5부리그 팀인 탬워스를 상대로 1군 선수들을 대거 내보냈다.
문제는 경기력도 문제였다. 탬워스 선수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선수라고 보기 애매한 이들도 많았다. 영국 '풋볼 런던'은 "논리그에 위치한 탬워스의 백-레이 에노루는 의류업체인 자라에서 일하고 골키퍼 자스 싱은 건물 조사원이며 미드필더 토미 통크스는 샌드위치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탬워스 선수들은 전문 선수가 아니라고 했다.
그럼에도 졸전을 펼쳤다. 경기는 주도했지만 골은 없었다. 실점 상황을 노출하면서 킨스키 선방에 안도를 했다. 예상 외로 치열하게 경기가 전개됐다. 전반 41분 후방 패스 미스로 실점까지 이어질 뻔했다. 후반에도 베르너 등이 기회를 날렸다. 후반 23분 루카스 베리발, 솔란케를 투입하며 힘을 실었다.
정규시간 내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결국 손흥민이 들어왔다. 손흥민은 연이은 출전과 기복 속에서 비판을 받고 있었는데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급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결국 그를 썼다.
손흥민이 경기를 바꿨다. 연장 전반 11분 손흥민이 프리킥을 유도했다. 페널티 박스 앞쪽에서 포로가 키커로 나섰고, 박스 안쪽에 살짝 찔러줬다. 크로스를 올린 것이 상대 맞고 골 라인을 넘었다.
연장 후반전에 돌입했고, 토트넘이 더 앞서갔다. 연장 후반 2분 손흥민이 좌측에서 쿨루셉스키에게 패스를 내줬다. 쿨루셉스키가 강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이 쐐기를 박았다. 연장 후반 13분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상대의 실수가 나왔다. 존슨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경기는 토트넘의 3-0 승리로 종료됐다.
토트넘을 재앙 직전에서 구해낸 손흥민에게 호평이 이어졌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도 "교체로 들어온 손흥민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 웹'은 "손흥민은 발 밑에서 공을 잡고 창의적인 모습을 보였고 쿨루셉스키 골에 도움을 올렸다"고 했다.
이겼지만 환하게 웃을 수 없었다. '풋볼 런던'은 "토트넘 점유율은 77%였는데 무의미한 크로스만 반복됐고 베르너는 기회를 놓치는 등 아쉬움을 보였다. 매디슨도 마찬가지였다. 상대 공격수 에노루에게 계속 기회를 헌납했다. 만약 패했자면 재앙이었다. 리버풀을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4강 1차전에서 잡고도 나흘 만에 5부리그 팀에게 패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탬워스에 경의를 표한다. 모든 걸 쏟았고 훌륭했다. 오늘 같은 환경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는 건 어렵다. 냉정을 유지하면서 상대를 압도했다"고 평했다.
토트넘은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를 치르고 에버턴, 호펜하임, 레스터 시티, 엘프스보리, 브렌트포드, 리버풀 등과 대결한다. 이후 아스톤 빌라와 FA컵 32강을 치른다. 살인적인 일정이 반복되고 여러 대회를 치르는데 체력 관리가 안 되고 있다. 5부리그 팀을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고 겨우 이긴 점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토트넘 현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