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졸전을 펼치는 팀의 구세주로 나왔다.
토트넘 훗스퍼는 12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영국 탬워스에 위치한 더 램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랜드 FA컵 64강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탬워스FC에 3-0 대승을 거뒀다.
탬워스는 잉글랜드 내셔널리그 소속이다. 프로와 준프로 경계선 리그이며 전체 잉글랜드 리그로 보면 5부리그격이다. 2023-24시즌 내셔널리그로 승격을 했고 올 시즌 토트넘과 FA컵 3라운드, 즉 64강에서 맞붙었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사전 기자회견에서 "FA컵은 훌륭한 스토리라인 안에 있고 우린 초기단계에 있다. 여전히 FA컵은 정말 중요한 전통 있는 대회다. 우리 목표는 FA컵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기는 것 외에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다.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과소평가하지 않으려고 한다. 난 이길 수 있도록 라인업을 구성할 것이다.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고 하면서 방심하지 않고 나설 것이라 확인시켰다.
그럼에도 탬워스 전력을 고려할 때, 또 원정 경기이고 다음 경기가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라는 점을 생각하면 대폭 로테이션이 맞는 선택으로 보였다. 린 선수들 혹은 그동안 기회를 못 줬던 선수들을 내보낼 게 분명해 보였다.
예상과 달리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전들을 썼다.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고 마이키 무어, 티모 베르너, 브레넌 존슨, 제임스 매디슨, 이브 비수마, 파페 마타르 사르, 세르히오 레길론, 아치 그레이, 라두 드라구신, 페드로 포로, 안토닌 킨스키가 선발 출전했다. 선발 데뷔 가능성도 점쳐진 양민혁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토트넘은 부진을 거듭했다.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고 수비도 불안했다. 특히 최전방에 나선 베르너가 부진했다. 경기를 지배했음에도 골은 없었고 후반 23분엔 도미닉 솔란케, 루카스 베리발을 넣었다. 그럼에도 골은 없었고 정규시간은 종료돼 연장전으로 향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넣었다. 손흥민은 연이은 출전으로 체력 문제가 있어 휴식이 필요해 보였으나 상황이 급해지자 내보냈다. 손흥민과 더불어 데얀 쿨루셉스키, 제드 스펜스가 나왔다.
손흥민이 중심이 돼 탬워스를 무너뜨렸다. 연장 전반 11분 손흥민이 프리킥을 유도했다. 페널티 박스 앞쪽에서 포로가 키커로 나섰고, 박스 안쪽에 살짝 찔러줬다. 크로스를 올린 것이 상대 맞고 골 라인을 넘었다.
연장 후반전에 돌입했고, 토트넘이 더 앞서갔다. 연장 후반 2분 손흥민이 좌측에서 쿨루셉스키에게 패스를 내줬다. 쿨루셉스키가 강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이 쐐기를 박았다. 연장 후반 13분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상대의 실수가 나왔다. 존슨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경기는 토트넘의 3-0 승리로 종료됐다.
7호 도움을 올린 손흥민을 두고 영국 '풋볼 런던'은 "베르너에게 부족했던 질적인 부분과 정확함을 더했고 쿨루셉스키 골에 도움을 기록했다"고 평했다.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도 "교체로 들어온 손흥민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토트넘 소식을 전하는 '스퍼스 웹'은 "손흥민은 발 밑에서 공을 잡고 창의적인 모습을 보였고 쿨루셉스키 골에 도움을 올렸다"고 했다.
결국 토트넘은 손흥민이 필요하다는 게 또 증명됐다. 솔란케, 베르너, 무어 등이 나서도 손흥민 출전 유무가 공격력,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1년 연장 계약을 맺었는데 이후에도 부정적 의견들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토트넘의 1년 연장 옵션 발동은 예상에 부합한다. 손흥민이 이번 시즌이 끝나고 FA로 팀을 떠나거나 해외 클럽과 사전 계약을 맺어 여름에 이적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고 하며 손흥민과 동행이 활약을 인정하고 그동안의 헌신을 위한 것이 아닌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과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마틴 앨런은 '토트넘 훗스퍼 뉴스'를 통해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환상적인 선수였으며 모든 팀의 팬들이 존경하는 선수다"라면서도 "나는 손흥민이 느려지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손흥민은 예전과 같은 에너지와 속도를 얻지 못했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구단이 판매하는 것이 가장 좋다. 여름이 되면 토트넘이 손흥민의 이적을 고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팀이 그에게 관심을 보일 것이다. 손흥민의 가치가 얼마나 될까? 아마 1,000만 파운드(약 180억 원)에서 1,500만 파운드(약 270억 원) 정도일 것이다. 또한 그의 계약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적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거 크리스탈 팰리스 구단주였던 사이먼 조던은 "건강한지 궁금하다. 다니엘 레비 회장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손흥민이 수술대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예전 손흥민이 아닌 느낌이다. 해리 케인 대신 토트넘 리더 역할을 맡았는데 이젠 아니었다. 손흥민은 조연이다. 손흥민 컨디션은 100%가 아니다. 토트넘이 변화를 택할 것인지, 손흥민이 떨어진 것인지 알아야 하는 상황이다"고 했다.
손흥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토트넘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연장 계약 후 손흥민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나는 토트넘을 사랑하고 내가 10년 동안 여기서 보내온 시간을 사랑한다. 여기서 1년 더 뛸 수 있게 되어 매우 자랑스럽다. 주장으로서 많은 책임감이 있다. 프리미어리그에 속해 있는 이 클럽은 모든 이들이 뛰기를 꿈꾸는 팀이다. 또한 주장을 맡은 이후로 나는 내가 더 발전해야 하고 좋은 본보기가 되어야 하며 옳은 일을 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히며 각오도 다진 바 있다. 5부 팀을 상대로도 쩔쩔매는 토트넘에 손흥민은 절대적인 존재다. 더 이상의 의구심은 손흥민 흔들기에 지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