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이번에도 무관이라면 손흥민(33, 토트넘 홋스퍼)도 흔들리게 될까. 그가 계약 연장에도 불구하고 이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토트넘 소식을 다루는 '토트넘 뉴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은 최근 계약 발표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을 떠날 수 있다. 전 토트넘 스카우트 브라이언 킹은 그가 여전히 북런던을 떠나는 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보도했다.
손흥민은 오는 6월 자유계약(FA) 신분으로 팀을 떠날 수도 있었다. 토트넘과 계약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만료되지만, 2024년이 저물 때까지 아무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기 때문. 이 때문에 손흥민은 1월 1일부터 '보스만 룰'에 의해 해외 클럽과 자유롭게 사전 협상을 펼칠 수 있는 몸이 됐고, 숱한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토트넘은 지난 7일에서야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며 손흥민을 붙들어뒀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이 연장됐다. 우리는 그의 계약을 2026년 여름까지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발동하게 됐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라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 연장으로 손흥민은 내년 여름 FA 이적이 불가능해졌다. 특히 바르셀로나가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어디까지나 손흥민의 FA 신분이 전제 조건이었기 때문.
영국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을 연장하면서 FA 이적을 배제했다. 바르셀로나는 이제 2026년까지 계약돼 있는 손흥민을 주시하는 클럽 중 하나였다"라며 "바르셀로나는 이번 시즌이 끝날 때 손흥민을 보스만 룰로 주시하는 유럽의 거물 중 하나였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킹은 여전히 손흥민이 토트넘과 10년 동행을 끝낼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토트넘 뉴스를 통해 "내 생각에 손흥민은 토트넘이 뭐라도 우승하지 못하면 또 다른 이적을 고민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킹은 "토트넘은 리버풀과 준결승 1차전에서 승리하면서 리그컵 우승 기회도 여전히 남아있다. 손흥민은 매우 충성스러운 선수이며 매우 존경받는 선수다. 그는 큰 성공 없이도 환상적인 선수 커리어를 만들어 왔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손흥민은 토트넘에 훌륭히 헌신한 선수였다. 그의 계약 상황은 몇 달 전에 해결됐어야 한다. 그러나 손흥민은 이제 한 번 더 큰 이적을 선보일 나이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 뉴스 역시 손흥민의 이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매체는 "손흥민은 현재 2026년까지 토트넘과 계약돼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손흥민이 그 날짜까지 클럽에 남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1월 이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적절한 제안이 들어오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손흥민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올여름 그와 관계를 끝낼 수 있다"라고 적었다.
킹의 말대로 손흥민이 우승을 찾아 토트넘을 떠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는 그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한 선수이기 때문. 손흥민과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토트넘 성골 유스' 해리 케인도 2023년 트로피를 위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바 있다.
손흥민은 커리어 전체를 소속팀에서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대표팀까지 합쳐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하다. 함부르크와 레버쿠젠, 토트넘을 거치면서 한 번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손흥민의 무수한 업적을 언급할 때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게 무관 기록이다.
당연히 손흥민도 우승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왔다. 그는 지난해 8월 "아직 내가 이 팀의 전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토트넘과 함께 무언가 우승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그렇게 되면 전설이라고 불리면서 매우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꿈을 드러냈다.
이후로도 손흥민은 토트넘과 우승하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는 팬 포럼에서 "난 이번 시즌에만 집중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건 우승이다. 어느 날 내가 토트넘을 떠날 땐 모두가 웃으면서 날 전설로 불러주면 좋겠다"라고 말했고, 지난달 사우스햄튼전을 마친 뒤에도 "모두가 트로피를 받을 자격이 있다. 클럽도, 팬들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냉정히 봤을 때 토트넘의 우승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토트넘은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에서 리버풀을 1-0으로 잡아내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결승에서 뉴캐슬 혹은 아스날을 잡아낸다면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 만에 무관을 끊어내게 된다. 여기에 FA컵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도 남아있다.
그러나 문제는 토트넘의 형편없는 경기력. 토트넘은 12일 열린 FA컵 3라운드에서 5부리그 16위에 그치고 있는 탬워스를 상대로도 쩔쩔 매면서 90분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연장전에서 손흥민과 데얀 쿨루셉스키 등을 투입한 뒤에야 상대의 자책골로 선제골을 넣었고, 두 골을 추가하며 3-0 승리를 거뒀다.
토트넘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아무리 손흥민이 없었다고 해도 옷가게 아르바이트생, 벽돌공, 엔지니어, 샌드위치 가게 사장, 택시 운전사 등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는 '세미 프로'로 이뤄진 탬워스에 90분 내내 고전한 건 부끄러운 일이다. 전술 대응 능력이 없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한계도 명확히 드러났다.
물론 손흥민은 계약 연장 발표 후 "난 토트넘을 사랑한다"며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고,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바닥을 찍을 때마다 난 다시 점프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 반등할 시간이다. 나쁜 시간이 오면 좋은 시간도 오기 마련"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토트넘이다.
심지어 영국 현지에서는 손흥민을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브렌트포드 감독이었던 마틴 앨런은 "손흥민은 토트넘의 환상적인 선수였으며 모든 팀의 팬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에너지와 속도가 예전 같지 못하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토트넘이 그를 판매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앨런은 손흥민의 몸값도 평가절하했다. 그는 "올여름 손흥민은 훌륭한 커리어를 쌓은 뒤 토트넘이 이적을 고려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클럽이 그에게 관심을 갖는 것 같다"라며 "손흥민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는 아마도 1000만 파운드(약 180억 원)에서 1500만 파운드(약 270억 원) 정도의 선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크리스탈 팰리스 구단주였던 사이먼 조던 역시 손흥민 이적설에 힘을 실었다. 그는 "손흥민이 건강한지 궁금하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그가 지난해 수술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지금 손흥민은 조연처럼 보인다. 아마도 100% 컨디션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 토트넘이 변화를 택할 때인지, 손흥민이 궤도를 벗어나진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토트넘 뉴스 또한 "손흥민은 다음 시즌에 남을 것으로 보장되지 않는다. 토트넘이 그의 계약을 연장하기로 한 결정을 다음 시즌 그가 클럽에 있다는 걸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클럽은 단지 그들의 자산을 보호하고, 올 시즌이 끝날 때 손흥민이 공짜로 떠날 수 없도록 지키고 있었을 뿐"이라고 짚었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