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보다 체력을 아끼면서 맞대결을 준비하는 게 토트넘홋스퍼의 승리 시나리오였다. 실제로는 두 팀 모두 연장전을 치르며 체력이 다 고갈된 상태에서 맞대결을 치르게 됐다.
12일(한국시간) 영국 탬워스의 램 그라운드에서 2024-2025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64강)를 치른 토트넘홋스퍼가 5부 구단 탬워스와 연장전 승부 끝에 3-0으로 승리했다.
토트넘의 경기는 예상보다 너무나 어려웠다. 3라운드에서 1부 프리미어리그(PL) 구단과 5부 내셔널리그 구단이 맞붙은 대진은 이 경기가 유일했다. 내셔널리그는 세미 프로다. 토트넘은 '투잡'으로 생계를 꾸리는 상대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압도할 거라 기대됐다. 버거운 일정 속 체력안배를 위해 주전 선수가 다수 빠질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많이 주지 않았고, 연장까지 가면서 체력부담은 더 컸다. 주전급 선수 중 페드로 포로, 이브 비수마, 아치 그레이, 브레넌 존슨이 연장전까지 풀타임을 소화했다. 60분 이상 뛴 주전급 선수는 파페 마타르 사르, 제임스 매디슨, 라두 드라구신 등이었다. 교체투입된 도미닉 솔랑케도 추가시간을 감안하면 60분 넘게 뛰었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PL 상위권 팀들이 그렇듯 엄청나게 힘든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FA컵과 카라바오컵에서 모두 생존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도 참가 중이라 가장 경기가 많다. 지난해 연말부터 거의 매주 2경기씩 치르던 토트넘은 올해로 넘어오면서 모처럼 딱 1번 일주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렀다. 그리고 바로 4일 PL 뉴캐슬유나이티드전, 9일 카라바오컵 리버풀전, 12일 FA컵 탬워스전으로 강행군 중이다. 앞으로도 매주 2경기씩 이어진다. 16일 PL 아스널전, 19일 PL 에버턴전, 24일 유로파리그 호펜하임전, 26일 PL 레스터시티전, 31일 유로파리그 엘프스보리전, 2월 2일 PL 브렌트퍼드전, 7일 카라바오컵 리버풀전까지다.
일정이 최악인데다 바로 다음 경기 상대가 라이벌 아스널이다. 게다가 원정이다. 이번 시즌에도 PL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아스널, 중위권에서 허덕이고 있는 토트넘의 전력차를 감안하면 이기기 어려운 경기다. 그나마 토트넘이 가진 상대적 우위가 같은 날 FA컵 경기를 치르는데 토트넘 대전은 쉽고, 아스널은 강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만난다는 점이었다.
아스널은 토트넘이 은근히 기대한 대로 혈투를 치렀다. 아스널도 토트넘 못지않게 실망스런 경기였다. 맨유 선수의 퇴장, 페널티킥 획득 등 호재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페널티킥이 막힌 뒤 수적 우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승부차기까지 갔다. 그리고 아스널은 패배하기까지 했다. 정신적인 타격까지 감안한다면 아스널의 손실이 더 컸다.
아스널은 예상대로 고전했기에, 토트넘이 쉽게 갈 수 있던 경기에서 힘든 승리를 따낸 게 더욱 아쉽다. 다가오는 맞대결에서 토트넘과 아스널 모두 컨디션이 나쁜 상태로 격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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