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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6개국↔2034년 사우디 단독' FIFA 월드컵 개최지 확정, '겨울 월드컵'은 어떻게?
'2030년 6개국↔2034년 사우디 단독' FIFA 월드컵 개최지 확정, '겨울 월드컵'은 어떻게?
botv
2024-12-12 17:43


국제축구연맹(FIFA)이 예정대로 월드컵 개최지를 확정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12일(한국시간) FIFA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30년과 2034년 월드컵 개최지를 소개한다. 2030년에는 모로코,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월드컵을 열고, 100주년 기념으로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에서도 경기를 할 예정이다. 4년 뒤 2034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월드컵이 치러진다"라고 발표했다.

이전부터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월드컵 개최지가 공식화됐다. 2030 월드컵은 모로코, 포르투갈, 스페인이 공동 개최하고, 2034 월드컵은 사우디가 단독 개최한다. FIFA는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32개국 체제에서 48개국 체제로 대회를 개편했고, 경기 수가 증가함에 따라 여러 나라에서 공동 개최하는 걸 적극 권장해왔다.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공동 개최는 2002 한일 월드컵이 유일했는데 2026년과 2030년 연달아 공동 개최가 이뤄진 걸 보면 이러한 의중을 잘 알 수 있다.


반면 2034년에는 사우디가 월드컵을 단독 개최한다. 사우디는 2022년 대회를 열었던 카타르와 마찬가지로 산유국이어서 대회를 단독 개최할 만한 재정적 역량이 충분하다. 대회를 실제로 운영할 능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됐는데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에 유럽 축구 스타들을 영입하는 한편 환상적인 콘셉트를 담은 경기장 조감도를 통해 2034년까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어 개최를 확정지었다.

문제는 아직 몇 가지 남아있다. 우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폭등한 건설자재 가격으로 사우디 월드컵 프로젝트에 차질이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사우디는 이러한 연유로 당초 높이 500m, 너비 200m에 길이 170km로 지을 거라 밝힌 네옴 시티 핵심 프로젝트 '더 라인'의 길이를 2.4km로 대폭 축소했다. 이제는 월드컵 유치가 확정됐기에 월드컵 경기장도 이러한 운명을 피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겨울 월드컵 가능 여부에 있다. 사우디는 여름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기후가 있어 여름 월드컵 개최가 불가능하다. FIFA에서는 10월에서 4월 사이 적절한 시간대에 월드컵을 개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럽사법재판소는 FIFA가 겨울 월드컵을 개최하려면 축구선수들은 물론 각 리그와 합의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2022 카타르 월드컵처럼 겨울 월드컵 개최를 위해서는 리그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추춘제 리그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2034 사우디 월드컵을 결정할 때에는 이러한 합의가 없어 유럽 리그들과 국제축구선수협회가 반발했고, FIFA는 리그, 선수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고 FIFA에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FIFA는 2026년 월드컵을 북중미에서, 2030년 월드컵을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에서 열며 사실상 2034년을 사우디를 위한 독무대로 만들어줬다. 현재로서는 호주와 뉴질랜드 등이 나서지 않는 이상 월드컵 개최지 변경이 어렵고,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도 극히 낮다. 2034 사우디 월드컵의 문제는 개최지 확정으로 끝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진= 국제축구연맹 X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