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운동선수의 세계는 냉정하다. 기량이 제 아무리 폭발하는 공격수라 해도 세월이 주는 중압감을 이길 수는 없다. 이기려면, 증명해야한다. 20대의 화력이 30대에도 똑같이 유지됨을 입증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돈을 선수에게 지급해야하는 프로구단의 눈은 냉정하다. 주장 손흥민은 과연 수많은 이적설을 뿌리치고 토트넘의 '레전드'로 명예롭게 함께 하게 될까?
토트넘 전담 매체 '스퍼스 웹'은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을 둘러싼 모든 이적설을 단숨에 부인했다. 해당 매체는 "손흥민의 에이전트는 손흥민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며 토트넘과의 계약 협상에 대한 최신 근황을 업데이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손흥민은 2021년 구단과 4년 재계약을 맺었다. 다가오는 2025년 6월은 그의 정규 계약 만료기한이다. 토트넘은 이 계약에 1년 연장 옵션을 붙였다. 외신들은 구단이 장기연장을 포기하고 이 옵션만을 발동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통산 422경기를 출전해 166골-88도움의 성적을 기록한 명실상부 토트넘의 아이콘이다. 그러나 '팀의 전설'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는다. 손흥민은 현재 공격수로서 정점을 찍고 황혼기를 바라보는 만 32세다.
'전설'로서 대우를 해주는 것과 향후 전력보강을 위한 투자는 별개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팬들 사이에서도 갈리고 있다.
토트넘의 슈퍼스타인 손흥민을 두고 '장기 재계약이 옳은 방향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특히 양민혁, 윌슨 오도베르, 루카스 베리발, 아치 그레이 등 어린 선수들로 미래를 구축하는 토트넘의 팀 특성으로 미루어보아 나이 든 선수에게 장기 연장 계약을 제시할 확률은 희박하다.
손흥민을 향한 타 리그의 '러브콜' 설은 꾸준히 이어져왔다. 튀르키예 명문 구단 갈라타사라이부터 시작해 '오일머니'를 앞세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등의 스타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는 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 심지어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 다양한 리그에서의 접촉설이 쏟아졌다.
하지만 '스퍼스 웹'은 이를 전면 부정하며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계약을 1년 연장한 것은 장기 재계약을 위한 포석"이라며 " 올 시즌이 끝나기 전에 그와 토트넘이 장기 계약에 대한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예측하자면 손흥민은 현재 연봉을 그대로 유지하며 1년 연장에 더해 2년 연장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손흥민은 최대 3년을 토트넘에 남아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토트넘은 흔들리고 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경질설이 흘러나오면서다. 현재 6승2무7패, 승점 20점의 토트넘은 11위로 어중간한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직전 경기인 첼시전(12월9일)에서는 3-4로 역전패를 면치 못했다.
이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강한 불만들이 쏟아졌다. 토트넘 출신의 전 미드필더 제이미 오하라는 "쓰레기 같은 짓"이라는 강한 어조로 토트넘의 경기 운영을 비난하며 감독 퇴진을 요구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경질설은 올 시즌 유독 거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해 6월 계약을 맺고 올해로 팀을 이끈지 1년 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애매한 선발 기용과 선수 영입, 나아지지 않는 세트피스 전술, 선수들의 줄부상, 맞춤전술을 들고나온 팀을 만나면 그대로 당하는 등 디테일한 전략 부족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스포츠해설가인 게리 리네커 역시 축구 팟캐스트를 통해 "토트넘이 꾸준한 결과를 내기에는 결국 수비가 부족하다"며 "토트넘의 경기는 훌륭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수비를 못했다. 성과를 이상하게 내고 있는데 재밌는 축구경기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결국은 결과적 사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불규칙한 패턴"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며 "클럽이 실제로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보통 이런 일에 대한 비난은 감독에게 돌아간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화가 난 토트넘 팬들은 한술 더 떠서 구단주 레비 회장에 대한 시위를 조직하려 한다. '스퍼스 웹'은 같은 날 "상당수의 토트넘 팬들은 다니엘 레비 회장이 이적시장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적절한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팬들은 오는 22일 리버풀과의 리그 경기에서 대규모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일부 팬들은 "손흥민이 종신 계약을 맺어도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 하에서는 트로피 못 들고 끝날거다" "그냥 트로피 들 수 있는 팀으로 가라" 등의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토트넘은 오는 13일 한국시간으로 오전 5시에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이브록스 스타디움에서 레인저스와 리그 페이즈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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