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런던에서 한국 축구의 신화를 다시 만들어 내며 새벽잠을 달아나게 했던 구자철이 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2007년, K리그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뛰어다니던 구자철은 입단 첫해 오승범, 김재성과 같은 선배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본인의 존재 가치를 확실하게 알렸다. 공식전 17경기에 나와 1골 2도움을 올린 구자철은 이듬해 부상과 부진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극복하고 정상 궤도에 오른 모습을 보였다.
구자철은 2009시즌에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아 2009 U-20 월드컵에 출전하며 자신의 실력을 확실하게 선보였다. 제주에 복귀하고 나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며 K리그 정상급 선수임을 몸소 증명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던 허정무 감독의 눈에 들어 A대표팀에도 소집되어, 1월 평가전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본선을 앞두고 최종 명단에서 탈락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압도적 기량으로 득점왕 수상까지
이 아픔이 자극제가 되어 구자철은 더욱 성장했다. 2010시즌 제주에서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구자철은 리그에서 26경기 5골 11도움으로 도움왕을 석권했고, 이에 더해 팀을 준우승까지 이끌며 팬들에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리그에서 활약을 바탕으로 다시 대표팀에 소집된 구자철은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낙점됐고, 조광래 감독 지휘 아래 5골 3도움을 올리며 대회 득점왕 수상에 성공했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구자철은 대회 종료 후 독일 명문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했지만, 험난한 생활이 이어졌다.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아우크스부르크로의 임대 이적을 통해 폼을 끌어올렸고 이후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부활하기 시작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주장 역할을 이행하며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3~4위 전에서는 후반 쐐기 득점을 터뜨리며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일조했다.
2013-14시즌 진행 도중, 구자철은 마인츠로 이적을 택하며 도전을 모색했다. 마인츠에서 순조롭게 적응을 마친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주장으로 출전하며 런던 신화 재현에 나섰지만, 대표팀은 1무 2패의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만 했다. 마인츠 복귀 후 2014-15시즌 구자철은 26경기 7골 1도움으로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입지가 흔들렸고 결국 2015-16시즌을 앞두고 아우크스부르크로 복귀를 선택했다.
아우크스부르크 복귀 후 구자철은 분데스리가에서 쏠쏠한 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레전드로 자리 잡았다. 또 대표팀에서도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활동하며 리더로서 팀을 이끌었고, 2019 UAE(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한편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2019시즌까지 118경기에 나와 15골 6도움을 올린 구자철은 2019-20시즌을 앞두고 카타르 명문 알가라파로 이적을 택하며 아시아 무대에 복귀했다.
이후 2022시즌 개막을 앞둔 상황 속, 친정 제주에 복귀하며 다시 K리그 무대에 돌아왔다. 복귀 첫해 부상으로 9경기 1골에 그쳤고, 이듬해에도 부상이 이어지며 16경기 출전에 그쳤다. 재기를 다짐했던 2024시즌에도 장기 부상으로 3경기 출전에 머물러야만 했다.
노력-헌신으로 가득했던 구자철, 프로 축구 선수의 '표본'
결국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구자철은 2024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시사했다. 아직 동년배인 김영권, 김태환, 기성용, 신광훈, 이청용 등이 경기장을 누비고 있지만, 반복되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국 축구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활약을 선보인 구자철은 경기장 안에서 노력과 헌신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센스 있는 볼 간수와 탈압박으로 눈을 즐겁게 만들어줬고, 왕성한 활동량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경기장을 누볐다.
팀에 헌신하는 모습으로 많은 팬에 감동을 선사했고, 노력을 멈추지 않으며 프로 축구 선수로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또 미디어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팬들에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개인 유튜브를 시작으로 과거에는 SBS 과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선수 말년에는 해설위원으로 변신하여 다양한 팬층에 다가가기도 했다.
비록 이제 경기장 안에서의 구자철은 볼 수 없지만, 팬들의 머리에는 영원히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