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 전반 추가시간 선제골 내주고
후반 티아고·문선민 골로 ‘대역전극’
작년 연봉 1위팀 팬 기대에 부응 못해
감독 “내년 반드시 부활” 반등 약속
상상도 못했던 K리그2(2부) 강등 위기에 긴장을 풀지 못하던 후반전 막바지. 전광판 시계도 멈춰버린 추가시간에 터진 문선민의 벼락같은 역전 결승골에 전북 현대는 비로소 K리그1(1부) 잔류를 확신했다.
전북이 극적으로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전북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티아고와 문선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서울 이랜드FC를 2-1로 눌렀다. 지난 1일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던 전북은 2차전까지 합계 스코어 4-2로 내년 K리그1 참가 자격을 지켜냈다.
김두현 전북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주변에서 우리가 유리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상대보다 1골 앞서 있지만 긴장을 풀면 자칫 2부로 밀려날 수 있다고 했다.
우려대로였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전북은 줄기찬 공세에도 한 수 아래인 이랜드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전반 34분 송민규가 페널티 지역에서 날린 슛이 골대를 때린 것이 득점에 가장 가까운 장면이었다.
오히려 선제골을 빼앗겼다. 전북은 전반 45분 몬타뇨가 올린 크로스에 달려든 브루노 실바의 헤더를 막지 못했다. 1~2차전 합계 스코어가 2-2 동점이 됐을 뿐만 아니라 흐름까지 이랜드로 넘겨줬다. 2만3772명 관중이 찾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1300여명의 이랜드 원정 팬들의 환호성만 작게 들렸다.
전북은 하프타임 전열을 다듬었다. “닥치고 공격”을 외치는 팬들의 요청대로 거센 공세를 펼쳤다. 후반 4분 동점골로 이어졌다.
전북 골잡이 티아고가 김진규의 크로스를 방향만 바꾸는 절묘한 헤더로 이랜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1차전에서도 선제골을 터뜨렸던 티아고는 플레이오프의 사나이가 됐다.
이대로만 끝나면 전북이 1부에 잔류하는 상황에서 경기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았다. 후반 42분 전북 수비수 김태환과 이랜드 공격수 이준석이 서로 머리를 부딪치는 신경전을 벌이다 동반 퇴장됐다. 수비에 구멍이 뚫린 전북은 이랜드의 공세에 고전했다. 연장 혈투까지 각오해야 하는 분위기로 몰렸다.
그러나 전북은 역습 찬스를 살리면서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교체 투입된 문선민이 역습 찬스에서 전진우가 내준 패스를 잡아챈 뒤 절묘한 마무리로 2024년 한국 프로축구 마지막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K리그1 최다 9회 우승 구단 전북이 간신히 1부에 잔류했다. 올해 끝없는 부진에 빠지더니 10위로 추락해 창단 첫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지난해 기준 선수 연봉 총액이 약 200억원, 가장 몸값 비싼 구단인 전북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다.
김 감독은 “말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감독으로 첫해 팬들이 바라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 숙제는 2025년 K리그 1강으로 불렸던 옛 면모를 되찾는 것이다. 2022년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남았던 수원 삼성이 이듬해 2부로 추락한 사례가 있다. 전북 역시 올겨울 뼈를 깎는 변화가 필요하다.
김 감독은 “내년엔 분명히 올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승을 경쟁하는 팀으로 바꿀 자신이 있다”면서 “팬들이 원하는 공격적인 축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