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4위 인도네시아를 이끄는 신태용(55) 감독과 115위 베트남 사령탑 김상식(48) 감독이 오는 8일 개막하는 미쓰비시컵에서 나란히 정상 도전을 선언했다. 두 나라는 태국(101위)과 함께 유력한 우승 후보다.
2년 주기로 열리는 미쓰비시컵은 동남아 최고 권위 대회다. 참가 10개국의 FIFA 랭킹은 모두 100~200위 사이로 국제무대에선 약팀이지만, 이 대회의 열기는 유럽클럽대항전 못지않다. 엇비슷한 전력을 가진 동남아 팀끼리 자존심을 건 맞대결을 펼쳐 ‘동남아 월드컵’으로 통한다.
한국 팬들에게도 미쓰비시컵은 친숙하다. 스즈키컵(미쓰비시컵의 전신) 시절이던 2018년 박항서(65) 감독이 이끈 베트남이 우승한 이력이 있다. 박 감독이 베트남 지휘봉을 잡고 경쟁력을 끌어 올린 덕분에 동남아 축구계에선 한국인 사령탑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지난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태용 감독은 이번이 세 번째 미쓰비시컵 도전이다. 인도네시아를 이끌고 처음으로 나선 2020년에는 준우승했고, 2022년 대회에선 준결승에서 박항서의 베트남에 패해 탈락했다. 이번엔 기필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고 마음먹은 신 감독은 지난달 26일부터 특별히 발리에서 대표팀을 소집해 마지막 담금질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이렇다 할 경기력 향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부임 후 치른 A매치 5경기에서 1승(1무 3패)을 거두는 데 그쳤다. 김 감독이 미쓰비시컵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부정적인 여론에 시달릴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B조에 함께 편성돼 일찌감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운명이다. 두 팀의 맞대결은 15일 오후 10시 베트남 비엣트리의 푸토 경기장에서 킥오프한다.
B조 소속팀 중 라오스도 한국인 감독을 뒀다. 대한축구협회 전임강사 출신 하혁준(54) 감독이 지난 8월부터 대표팀을 맡아 지도 중이다. 10개 참가국 중 두 번째로 FIFA 랭킹이 낮은 186위의 약체 라오스는 1승 이상을 거둬 돌풍을 일으키는 게 목표다.
이번 대회는 10개국이 두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2위 팀이 4강 토너먼트를 치러 우승 팀을 가린다. B조에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4강행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다만 조 1위를 해야 A조 최강팀이자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강호 태국을 준결승에서 피할 수 있어 조별리그부터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인도네시아는 9일 오후 9시30분 미얀마 원정으로, 베트남은 9일 오후 10시 라오스 원정으로 첫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