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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cup.told] 이름도 코리아컵으로 바꿨는데...'한국의 웸블리'는 아직 먼 이야기
[koreancup.told] 이름도 코리아컵으로 바꿨는데...'한국의 웸블리'는 아직 먼 이야기
botv
2024-12-04 07:30


[포포투=김아인(상암)]

올해부터 달라진 방식의 코리아컵 결승전이 처음으로 중립지 단판 승부로 열렸다. 그러나 앞으로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코리아컵 결승전을 열기에는 개선점이 많이 필요해 보였다.

포항 스틸러스는 30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울산 HD에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포항은 통산 6번째 우승으로 유일한 역대 코리아컵 최다 우승 팀으로 올라섰다.

이번 코리아컵 결승전은 중립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28주년을 맞이한 코리아컵 진행 방식이 일부 변경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월 "그동안 준결승은 단판, 결승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을 주로 채택했다. 올해부터는 준결승은 홈 앤드 어웨이, 결승전은 단판 승부로 열기로 했고, 장소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잉글랜드 FA컵이 잉글랜드 축구의 성지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러지는 것처럼 코리아컵의 결승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경기장에서 치른다는 전통을 정착시키기 위함이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FA컵, 쿠프 드 프랑스, 코파 델 레이 등의 대회처럼 코리아컵이 갖는 권위와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었다. 


코리아컵 결승 최초 '동해안 더비'가 성사되면서 열기가 가득했다. 역사 깊은 라이벌 간 자존심이 걸린 만큼 서울로 향한 원정 응원단 버스 편은 양 팀 통틀어 100대 가까이 준비됐고, 경기장을 절반으로 나누어 앉은 서포터들은 열띤 응원전으로 분위기를 올렸다. 포항과 울산을 상징하는 빨갛고 파란빛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장관을 연출했다.

경기 역시 명승부가 펼쳐졌다. 이날 울산은 이청용이 올려준 크로스를 주민규가 연결한 선제골로 전반 동안 앞서갔다. 그러나 후반 들어 김종우의 패스를 정재희가 동점골로 만들면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왔고, 결국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양 팀의 승부는 김인성의 역전골과 강현제의 쐐기골까지 터지면서 포항의 짜릿한 3-1 역전승이 완성됐다.

뜨거웠던 드라마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도 결승전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를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계속 필요해 보인다. 이날 경기장에는 양 팀의 연고지와 거리가 먼 서울에서 열렸음에도 27,184명이 관중석을 가득 채웠다. 이번 시즌 K리그1 관중 수와 비교했을 때 최다 관중 12위를 기록한 서울 대 대구 (27,365명), 13위인 서울 대 대전(26,790명) 경기 사이의 기록이었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이날 결승전보다 더 많은 관중이 찾은 것은 이번 시즌 평균 관중 1위를 차지한 서울 홈에서 열린 11번의 경기와 울산 홈에서 열린 현대가 더비, 동해안 더비 정도였다. 라이벌 매치가 아니었거나 상대적으로 평균 관중 수가 적은 팀들이 결승전에 올라왔다면, 연고지에 따라 관중 흥행을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여기에 서울월드컵경기장이 FC서울의 홈 구장인 점도 짚어야 한다. 잉글랜드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의 경우는 잉글랜드 대표팀만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접근성이나 의미를 고려하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상징적인 장소가 되기에 충분하지만, 만약 서울이 결승전에 올라온다면 마치 홈 이점을 가져가는 듯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대회 운영에는 준비가 부족했다. 이날 결승전을 찾은 일부 관중들이 경기 관람에 불편함을 겪었다. 이틀 전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면서 경기장 지붕에 많은 양의 눈이 쌓였다. 이 때문에 안전상의 이유로 경기 당일 울산 팬존이었던 남쪽 일부 구역에서 좌석을 통제하거나 강제로 이동시키는 일이 생겼다. 폭설 후 이틀간 시간적 여유가 있었음에도 사전 공지 없이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 HD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3일 SNS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 경기 일정과 제도에도 양 팀 감독들이 당부의 말을 남기면서 개선 필요성을 시사했다. 김판곤 감독은 사전 미디어데이가 결승전과 먼 시일에 열리면서 흥행에 지장을 준다는 점을, 박태하 감독은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까지 병행 중인 상황의 빡빡한 일정을 지적했다. 포항과 울산 모두 일주일 간 K리그1 최종전, ACLE를 치른 뒤 결승전을 가졌고, 사흘 만에 ACLE 경기가 또 있었다.

또한 박태하 감독은 경기 후 "왜 코리아컵 엔트리가 18명인지 모르겠다. 다른 데는 20명, 25명인데 연말에 있는 이런 경기에 부상자도 많고 여러 전력 누수가 있다"고 말하면서 직접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