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입단 앞둔 18세 양민혁, 영플레이어상 받아
지난 8년간 K리그 최고 골키퍼는 늘 조현우(33·울산HD)였다. 대구 소속으로 1부에 승격했던 2017년부터 7년간 단 한 차례도 K리그 베스트 11의 수문장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MVP(최우수 선수)는 항상 필드 플레이어들 몫이었다. 울산이 2년 연속 우승을 이뤘던 지난해엔 내심 MVP를 기대했으나 팀 동료인 수비수 김영권(34)이 ‘최고의 별’로 선정됐다.
울산이 3연패(連覇)를 이룬 올해는 그의 적수가 없었다. 그는 28일 열린 2024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당당히 MVP로 선정됐다. 각 구단 감독(30%)·주장(30%)·미디어(40%) 투표에서 총 140표 중 90표를 받았다. 조현우는 올해 38경기에 전부 출전해 14차례 무실점을 기록하며 울산의 리그 최소 실점(40점) 우승을 이끌었다.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입단을 앞둔 ‘수퍼 루키’ 양민혁(18·강원)도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양민혁은 35표를 받았다. 조현우는 당연히 베스트 11에도 이름을 올려 8년 연속 최고 골키퍼 자리도 지켰다. 골키퍼가 K리그 MVP에 선정된 건 2008년 이운재(당시 수원삼성) 이후 16년 만의 일이다.
아내와 두 딸로부터 꽃다발을 건네 받은 조현우는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어릴 적 공 하나만 보면서 늦은 시간까지 축구하던 게 생각이 난다”며 “지금도 힘든 상황 속에서 축구하는 어린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MVP 상금 1000만원을 그 친구들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2013년 당시 신인 계약금 상한액이었던 1억5000만원을 받고 대구에 입단했다. 대구가 2부에 있던 2015년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거듭나 2년 연속 2부 리그 베스트 골키퍼로 뽑혔다. 2017년 1부에 승격한 후에도 그는 그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대표팀과는 인연을 늦게 맺어 2018 러시아 월드컵 전까지는 K리그 팬들에게나 익숙한 선수였다.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2017년 11월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다. 한국은 당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당시 세계 최강이었던 독일을 격침시킬 때 수차례 결정적 선방을 선보이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빌드업 축구를 중시하던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선 김승규(34·얄 샤바브)에 밀려 출전 기회가 적었고, 2019 아시안컵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밑에서도 벤치를 지켰으나,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김승규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후론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있는 현재까지 대표팀 수문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내년에도 또 MVP를 받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가대표도, K리그도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누군가의 꿈인 선수가 되고 싶다. 나를 보고 축구 선수를 꿈꾸고, 골키퍼 포지션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데뷔 3년 이내 만 23세 이하 국내 선수에게 주는 ‘영플레이어상’은 양민혁이 차지했다. 강릉제일고 3학년으로 올해 강원과 준프로 계약을 맺고 K리그에 데뷔한 양민혁은 12골 6도움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강원을 구단 역대 최고 순위인 2위로 이끌었다. 그는 시즌 도중 정식 프로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토트넘 입단 계약까지 맺어 다음 달 합류 예정이다. 그는 영플레이어 투표 140표 중 136표를 휩쓸었다. 데뷔 시즌에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건 2017년 김민재(당시 전북)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베스트 11 미드필더 부문에도 뽑힌 양민혁은 “큰 상을 두 개나 받아서 기쁘다”며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 구단 버스 기사님과 식당 어머님까지 모든 분들이 도와주셔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상은 강원 윤정환 감독의 몫이었다. 윤 감독은 103표를 받아 19표를 받은 울산 김판곤 감독을 제쳤다. K리그에서 우승 팀 외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건 윤 감독이 네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