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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현장.Plus] 한 팀으로 움직인 충남아산, 그리고 세징야
[케현장.Plus] 한 팀으로 움직인 충남아산, 그리고 세징야
botv
2024-11-29 07:00


축구에서 전술의 가치는 나날이 높아지지만, 이따금 전술을 뛰어넘는 선수가 있다.

28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 충남아산FC가 대구FC에 4-3 승리를 거뒀다. 2차전은 12월 1일 오후 2시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다.

올 시즌 충남아산과 대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충남아산은 프로 감독 경험이 없는 김현석 감독을 선임해 하위권만 벗어나도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김 감독과 배성재 수석코치의 전술 능력, 주닝요와 데니손 등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과 재능 있는 선수들의 조화가 잘 이뤄져 K리그2 2위를 기록해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반면 대구는 일찍이 최원권 감독과 결별하고 박창현 감독을 선임했음에도 세징야와 에드가 의존 해소 실패 등 이렇다 할 반전을 펼치지 못하며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밀려났다.


이 경기도 두 팀의 상반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충남아산은 경기 초반 대구의 공격을 잘 버텨낸 뒤 전반 12분 박대훈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기세를 탔다. 수비진영에서부터 굵직한 패스를 통해 빠른 역습을 전개해 득점한 충남아산다운 득점이었다. 3분 뒤에는 배 코치가 자랑하는 세트피스 전술로 추가골을 넣었다. 김승호의 코너킥을 강민규가 가까운 골대에서 머리로 건드려 반대편에 건넸고, 먼 골대로 돌아나간 주닝요가 공을 골문 안에 밀어넣었다. 전반 45분에는 강민규가 감각적으로 오승훈 골키퍼를 제친 뒤 보낸 컷백을 박대훈이 마무리하며 3-0으로 점수를 벌렸다.

충남아산 선수들은 모든 게 팀플레이였다고 말했다. 두 번째 골은 명백히 약속된 세트피스였고, 경기 후 강민규도 이를 인정했다. 팀의 첫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은 한 시즌 동안 다진 호흡이 빛난 순간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박대훈은 첫 번째 골에 대해 "(김)주성이가 나를 줄 줄 몰랐다. 그런데 눈을 딱 마주치고 주성이가 나를 주길래 이건 골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세 번째 골에 대해 "살짝 봤는데 (강)민규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서 '줘라, 줘라' 이렇게 생각하면서 기다렸다"라며 패스를 준 선수들에게 감사해했다.

대구는 쉽사리 해답을 찾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2분 황재원의 크로스에 이은 고재현의 헤더로 1점 따라붙었지만, 후반 24분 데니손의 훌륭한 슈팅으로 충남아산이 4-1까지 달아났다. 3점차로 경기가 끝났다면 아무리 대구라도 K리그1 잔류를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골대를 맞고 선수들의 결정력이 살아나지 않는 등 대구에 운까지 따라주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대구에는 세징야가 있었다. 부상에서 막 돌아와 경기 후반부까지 감각이 온전하지 않은 듯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기어이 멀티골을 넣었다. 후반 43분에는 기습적인 중거리슛이 충남아산 이은범을 맞고 굴절돼 들어가는 행운이 따랐고, 후반 추가시간 5분에는 페널티박스 안에서 집요하게 시도한 슈팅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두 골 모두 언뜻 평범한 상황에서 시작됐는데, 세징야의 발끝을 거쳐 특별한 장면이 됐다.


세징야는 전술을 뛰어넘는 선수다. 박 감독도 경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세징야와 에드가에게 기대를 거는 게 사실"이라며 세징야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언제나 대구는 세징야를 위한 전술적 보조를 했고, 언제나 세징야는 전술적 수혜를 받는 그 이상을 대구에 돌려줬다. 세징야는 기본적인 실력도 K리그1 최고 수준이며, 후반 막판으로 접어들수록 불굴의 의지를 발휘해 극장을 만들어내는 데 특화된 선수이기도 하다.

세징야의 믹스트존 인터뷰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세징야는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나 "한 달 반 정도 부상으로 결장했다가 팀에 복귀를 했기 때문에 100% 컨디션은 아니다. 다만 좋지 않은 컨디션은 내가 가진 열정과 책임감으로 넘어설 수 있다"라며 "지고 있는 경기였지만 어떻게든 그걸 따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열정과 책임감,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4-1에서 4-3으로 따라갈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2차전은 대구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치러진다. 1차전을 통해 K리그1에서도 통할 만한 축구를 하고 있음을 증명한 충남아산은 자신감을 갖고 팀으로 똘똘 뭉쳐 대구를 위협하려 한다. 대구는 열성적인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세징야처럼 잔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1차전을 뒤집으려 한다.

사진= 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