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슬롯 매직’ 리버풀, 15년 만에 레알 격침
‘슬롯 매직’ 리버풀, 15년 만에 레알 격침
botv
2024-11-29 00:34

챔피언스리그 예선 5연승 가도
2024-2025시즌 유럽 축구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팀을 꼽자면 현재까진 아르네 슬롯(46·네덜란드)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잉글랜드)일 것이다. 리버풀은 28일(한국 시각)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페이즈 홈 5차전에서 알렉시스 맥앨리스터(아르헨티나)와 코디 학포(네덜란드)의 연속 골에 힘입어 스페인 명문 레알 마드리드를 2대0으로 눌렀다. UCL 리그 페이즈에선 36팀이 팀당 8경기씩 치러 1~8위가 16강에 직행하고, 9~24위 팀 중 8팀이 플레이오프를 통해 16강에 추가 합류한다. 1~4차전에서 AC밀란과 볼로냐(이상 이탈리아), 라이프치히, 레버쿠젠(이상 독일)을 연달아 물리친 리버풀은 거함 레알 마드리드까지 잡으면서 올 시즌 UCL에서 유일하게 5전 전승을 올린 팀이 됐다. 2위 인테르(승점 13·4승1무)에 승점 2가 앞선 선두다.

리버풀은 2010년 이후 레알 마드리드에 1무 7패로 일방적인 열세를 보였다. 2018년과 2022년엔 UCL 결승에서 만나 리버풀이 두 번 다 무릎을 꿇었다. 2009년 UCL 16강 2차전에서 4대0 대승을 거둔 것이 리버풀이 승리한 마지막 기억. 10년간 리버풀을 지휘한 명장 위르겐 클로프(57·독일) 감독도 재임 기간 레알 마드리드를 한 번도 넘지 못하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지휘봉을 놓았다.

그런데 그 한을 15년 만에 슬롯이 풀었다. 리버풀은 이날 볼 점유율에서 62.6%로 앞섰고, 슈팅 수도 17-9로 2배 가까이 많은 등 레알 마드리드를 압도하는 경기를 펼쳤다. 후반 7분 맥앨리스터가 코너 브래들리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리버풀은 후반 31분엔 학포가 앤디 로버트슨의 크로스를 헤더 슛으로 연결해 쐐기골을 뽑아냈다. 리버풀은 UCL 5경기 동안 12골을 넣고 1골만 내주는 뛰어난 공수 밸런스를 자랑하고 있다.

리버풀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UCL 우승컵을 각각 한 차례 안긴 클로프가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을 떠나면서 리버풀 팬들은 불안에 휩싸였다. 클로프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인물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를 이끌던 슬롯. 그런데 그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없다는 듯 곧바로 팀의 고공 행진을 이끌고 있다. 리버풀은 UCL 5연승과 함께 EPL에서도 승점 31(10승 1무 1패)을 기록, 리그 5연패(連覇)에 도전 중인 2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23)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선두를 달린다. ‘슬롯 볼’이라 불리는 그의 축구가 빠르게 리버풀에 녹아든 결과다.

현역 시절 네덜란드 리그에서 미드필더로 뛴 그는 페프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바르셀로나를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슬롯 볼’도 바르셀로나처럼 높은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빌드업 플레이가 중심이 된다. 공격을 전개할 때 좌우 풀백 등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특정 공간에서 끊임없이 수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쉴 새 없이 뛰는 압박보다는 훈련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연습한 전술 패턴을 적용해 상대를 함정에 빠뜨린다. 특히 슬롯이 중용하는 22세 수비형 미드필더 라이언 흐라벤베르흐(네덜란드)가 중원에서 공수 조율을 탁월하게 해내며 리버풀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세계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인 로드리(스페인)가 부상으로 빠진 맨시티가 최근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고전하는 장면과 대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