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62)이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4선 연임 도전이다. 축구인들의 뜻을 직접 듣기로 했다.
대한축구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28일 “정 회장이 4선 연임 의지를 굳힌 것으로 안다. 12월 2일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에 연임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라며 “공정위 심사를 통과하면 후보 등록기간인 12월 25일부터 27일까지 적정한 날을 골라 지난 임기 동안의 소회와 향후 4년간의 운영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4선에 도전하려면 임기 종료(2025년 1월 21일) 50일 전인 12월 2일까지 대한축구협회에 후보다 등록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 출마를 결심한 정 회장의 첫 관문은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승인이다.
다만 정 회장은 정부가 비위 혐의로 수사 의뢰한 데다 직무 정지까지 당한 이기흥 체육회 회장도 지난 12일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3선 도전을 승인을 받았기에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정 회장은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선임돼 3선까지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최근 행정의 불투명과 무능력으로 질타를 받으면서 4선 도전과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모든 걸 고려해 심사숙고해서 결정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정 회장은 최근 변화라 감지됐다. 지난 25일 대한축구협회 산하 연맹회장들과 만남을 가진 데 이어 26일 지역축구협회장들과 저녁 식사를 가지면서 표밭을 다지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한 산하연맹회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정 회장이 직접 자신의 입으로 ‘출마하겠다’ 혹은 ‘도와달라’고 말한 것은 없다”면서도 “축구인들의 뜻을 들어보자는 참석자들의 의견이 적잖았다. 정 회장이 출마를 결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현대산업개발 출신의 ㄱ본부장이 대한축구협회에 사의를 표명해 4선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협회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부분을 수용했을 뿐 선거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회장이 여론의 질타에서 4선 도전을 결심한 것은 한국 축구에 남길 자신의 유산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천안시 입장면에 건립하고 있는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 사업이다. 총 12면의 축구장과 체육관, 숙소, 사무 공간, 축구 박물관 등이 들어서는 대사업이다. 규모만 따진다면 기존의 파주트레이닝센터의 4배 수준이다. 천안시의 지원과는 별개로 협회가 쏟아부은 사업비만 1549억원(지난 8월 국회 제출 자료 기준). 협회는 615억원의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했다. 정 회장은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가 프랑스의 클레르퐁텐처럼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지길 바라는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자서전 ‘축구의 시대’에서 축구인으로 30년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한 정 회장이 축구인들에게 재신임을 직접 묻는다는 의미도 있다. 올해로 12년 임기가 마무리되는 그는 마침 축구인인 허정무 전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69)이 출마해 무투표 선거 위기를 넘겼다. 정 회장은 첫 도전이었던 2013년 2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경쟁 속에 당선됐지만, 재선은 단독 출마해 만장일치(98명 전원)로 당선됐다. 심지어 3선은 단독 출마에 따른 무투표 당선이었다. 정 회장이 이번에도 당선된다면 절차를 거쳐 축구인들의 인정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