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랜드와 전남의 승강 준플레이오프는 올 시즌 K리그1, 2를 통틀어 최고 명경기 중 하나로 꼽아도 손색없는 그야말로 드라마 그 자체였다.
전남이 2대 0으로 앞서갈 때만 해도, 전북과의 '호남 더비'가 성사되는 듯했지만, 이랜드의 저력은 매서웠고 후반 30분 이후에만 연속 두 골을 내주며, 결국 전남의 도전은 준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멈추게 됐다.
다잡았던 승리를 놓치며 1부리그 승격 문턱을 넘지 못한 이장관 감독도 결국 2년 반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전남과 결별했다.
지휘봉은 내려놓게 됐지만, 광양 지역 인사들에게 마지막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아직 광양에 남아있다는 이장관 감독에게 희망과 아쉬움이 교차했던 2024년 시즌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은퇴 후에 바로 지도자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는데, 이제야 처음 쉬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도움을 받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쉬움이 남죠. 그러면 플레이오프도 좋은 순위로 올라갈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마지막 이랜드전에서 2대 0으로 이기고 있다가 선수들이 체력적인 부분에서 조금 문제를 보였던 것 같은데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네요."
용인대 시절 대학을 평정한 명장으로 꼽히며 프로 무대에 입성했지만, K리그는 대학 무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이장관 감독은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매 경기 임했다고 지난 2년 반을 돌아봤다.
"저희 전남은 시즌 전만 해도 평가를 좋게 받지 못했어요. 중위권 정도로 기대를 모았죠. 바깥쪽에서 비치는 것과는 다르게 선수들 연봉도 상당히 낮거든요. 기업구단이라서 많은 금액을 쓸 것이라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선수 수급이 늘 어려웠어요. 여름에도 K3에서 뛰는 선수들이 왔고요. 선수층이 얇다 보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도 슬기롭게 잘 지탱하려고 했어요. 좋은 분위기로 한 시즌을 끌어가려고 했는데 선수들이 그래도 잘 따라와 줬어요."
이장관 감독은 K리그2 마지막 경기에서 K리그를 뒤흔들었던 독설을 내뱉어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최종전에서 전남이 이랜드를 꺾으며 수원 삼성의 1부리그 승격 도전이 무산된 가운데 이장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평소 탐탁지 않은 수원을 우리 밑으로 떨어뜨렸다는 부분이 너무나도 속 시원하고 감독으로서 너무 기분 좋은 하루지 않나, 오늘은 소주 한잔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는 귀를 놀라게 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수원 변성환 감독도 SNS로 이를 맞받아치며 장외 설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잔잔하기만 하던 K리그에 스토리를 불어넣었다', '전남 올라가나 보자' 등 팬들의 설왕설래가 오간 가운데 이장관 감독이 마침내 해당 발언 이후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
"이렇게까지 커질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수원이 마지막 경기 남기고 4위, 저희는 5위에 있었는데 그 당시에 변 감독이 '김도균 감독에게 밥을 살 준비가 돼 있다' 그런 말을 했잖아요. 그런데 마지막 경기에서 저희가 이랜드를 꺾고 4위에 오르면서 상황이 역전된 것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던 거죠. (여름 이적시장의 일에 대한 서운함도 있었나?)모든 게 복합적인 거겠죠. 많은 지도자들이 수원에 대한 약간의 피해의식이 있잖아요. 사실 여름에 이적 문제도 있었고요. 저희가 원하는 선수를 수원이 막바지에 질질 끌다가 전남이 아닌 다른 약 팀으로 보낸 것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었죠. (혹시 천안으로 간 선수인가?) 그럴 수도 있고요. 변성환 감독에 대한 개인적인 악감정은 전혀 없습니다. 변 감독 SNS도 봤어요. 기분 나쁘고 그런 건 없었고, 그럴 수 있는 일이라 봤고요. 토를 달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런 것들로 인해 팬들이 관심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때보다 뜨거운 11월을 마무리한 이장관 감독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자신이 펼쳐온 축구를 먼발치에서 다시 복기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단은 여기 광양 지역민들 찾아뵙고 인사하고 마무리를 잘하는 게 먼저인 것 같고요. 그동안 해 온 축구를 영상 보면서 살펴볼 생각이에요. 그동안은 눈앞에 있는 경기만 봐서 큰 그림을 볼 시간이 없었거든요. 11경기 무패, 7경기 무승도 있었고 그 부분을 비교해 보고 싶어요. 당장은 보기 싫고요. 조금 쉬고 다시 복기해보고 싶네요. 어느 정도 1부리그 승격을 위한 노하우,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걸 좋아하는데, 올 시즌도 전체 두 번째인 63골을 넣었잖아요. 이렇게 앞으로도 공격 축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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