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감독의 절망과 좌절은 상상 이상이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기를 보며 스스로 자해를 해 얼굴과 머리에 상처투성이가 돼 인터뷰장에 나타났다. 충격적인 5연패를 당한 그는 실망한 홈팬의 야유는 당연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맨시티는 27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5차전 홈 경기에서 페예노르트에 3-0으로 앞서다가 후반 30분 이후 3골을 얻어맞고 3-3 무승부에 그쳤다. 맨시티는 UCL에서 75분간 3골차로 앞서다 승리하지 못한 최초의 팀이라는 굴욕적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영국 매체 미러에 따르면 맨시티는 1963년 이후 처음으로 6경기 연속 2골 이상 실점하는 구단 역사도 썼다. 2승 2무 1패가 된 맨시티는 UCL 순위가 15위로 미끄러졌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과르디올라 감독의 얼굴과 이마 여러 곳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이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제 손톱으로 만든 상처다. 경기 중 (얼굴을 감싸쥐다가) 손톱에 베었다. 자해하고 싶다”고 답했다.
맨시티는 2016년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뒤 잉글랜드를 넘어 유럽 최강팀으로 떠올랐다.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최근 4연패를 포함, 프리미어리그(EPL)에서 6차례 우승했고, UCL에서는 2022-23시즌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주축 선수들이 줄부상당한 가운데 지난달 31일 토트넘과의 리그컵 16강전에서 0-1로 진 것을 시작으로 직전 토트넘과 리그 경기(0-4)까지 공식전 5연패를 당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유럽 최고 명문 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맨시티를 지휘하는 동안 커리어 첫 5연패의 쓴맛을 봤다.
이날은 엘링 홀란의 멀티골과 일카이 귄도안의 멋진 발리 득점으로 후반 초반까지 3-0으로 앞서나가며 연패를 끊고 홈팬에게 재도약의 희망을 안겨줄 분위기였다. 그러나 페예노르트가 매서운 추격에 나섰고, 맨시티는 후반 30분 이후 내리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최근 구단과 2년 재계약을 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으나, 경기 결말은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는 좋았고, 우리는 잘 뛰었고, 3골을 넣었고, 더 넣을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후 포기했다. 특히 첫 실점을 한 뒤로 너무도 불안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뛰지 않아서,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진 건 아니다. 그러나 축구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는 반드시 ‘스위치’를 켜야만 한다”고 한탄했다.
경기 뒤 홈 팬들은 맨시티 선수들과 과르디올라 감독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최근 몇 년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팬들은 과거의 성공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승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걸 보려고 경기장에 온다”면서 “원정 경기에서 대단한 응원을 보여주는 우리 팬들은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최근 많은 경기에서 졌다. 당연히 승리가 필요했다. 정신적인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첫 번째 골은 먹혔으면 안되었고, 두 번째 골도 마찬가지”라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