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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1st] 엔리케가 이강인 선발에서 뺀 이유, '콩파니와 김민재 약점 공략'… 계획은 그럴싸했지만 바이에른은 더 강해져 있었다
[분석.1st] 엔리케가 이강인 선발에서 뺀 이유, '콩파니와 김민재 약점 공략'… 계획은 그럴싸했지만 바이에른은 더 강해져 있었다
botv
2024-11-27 16:37


완성도보다 다양한 조합을 선호하는 루이스 엔리케 파리생제르맹(PSG) 감독은 바이에른뮌헨에 맞서 자신들의 강점 극대화보다 상대 약점 공략에 집중했다. 하지만 바이에른은 이미 그런 약점이 없는 팀이었다.

이강인을 빼 가며 완전히 새로운 경기방식을 도입했던 파리생제르맹(PSG)의 깜짝 전술은 경기 초반 바이에른뮌헨 상대로 의도한 효과를 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강인의 부재는 결정력 면에서 컸고, 세트피스 실점이 이어지면서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27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5차전을 치른 바이에른뮌헨이 파리생제르맹(PSG)에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바이에른은 한숨 돌렸다. 2연승을 통해 3승 2패가 되며 16강 진출에 한 발 다가갔다. 5라운드 중 절반이 끝난 시점에 11위까지 순위를 올렸다. 다른 팀들 경기 결과에 따라 다시 몇 계단 하락할 수 있다.

반면 PSG는 비상이다. 현재까지 1승 1무 3패로 부진하다. 4라운드에도 25위였던 순위는 이번 패배 후 26위로 더 떨어졌다. 다른 팀들의 5라운드가 마저 진행되면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 PSG, 이강인 아센시오 두에 모두 뺀 라인업 가동

두 팀의 맞대결에서 바이에른은 예상대로 나왔다. 좌우 윙어에 킹슬리 코망과 리로이 사네를 배치하는 등 소폭의 변화는 있었지만 이번 시즌 내내 구사했던 4-2-3-1 포메이션 그대로였다.

반면 PSG는 대형부터 새로웠다. 그동안 4-3-3 등 원톱 기반 포메이션을 선호했던 엔리케 감독은 이번에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윙어를 주로 소화했던 우스만 뎀벨레와 브래들리 바르콜라 두 프랑스 대표를 투톱으로 기용했다. 경기에 앞서 '뎀벨레 스트라이커 기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졌지만 이런 형태는 허를 찔렀다.

어차피 PSG는 전문 공격수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이강인, 마르코 아센시오 등의 2선 자원 중 하나를 최전방에 세우는 '가짜 9번'으로 시즌을 보내는 중이었다. 차라리 돌파력이 있고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두 윙어 뎀벨레와 바르콜라를 투톱으로 세우는 선택을 했다. 이는 마땅한 전문 공격수가 없는 팀들이 종종 선택하는 전략으로, 대표적인 사례로는 유로 2016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루이스 나니 투톱으로 우승했던 포르투갈이 있다.


▲ 중원 수적 우세를 확보한 PSG

PSG는 평소보다 미드필더를 한 명 늘리고 공격수를 한 명 줄였다. 특히 중원은 이강인과 데지레 두에 등 공격형 미드필더 성향의 선수를 다 빼고 비티냐, 주앙 네베스, 워렌 자이르에메리, 파비안 루이스까지 수비력과 활동량을 겸비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만 4명 기용했다.

즉 이 전술의 첫 번째 목적은 중원 강화였다. 우리도 원래 추구하던 플레이를 안 할 테니, 바이에른의 장점 역시 봉쇄하겠다는 게 엔리케 감독의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수치만 봐도 통했다. 원래 바이에른과 PSG는 UCL 모든 팀 중에서 패스 성공률 2위와 3위였고 둘 다 90%가 넘었다. 그런데 이날 전반전은 바이에른의 패스 성공률이 81%, PSG는 74%로 둘 다 어수선했다.

PSG가 중앙 미드필더 성향의 선수를 4명이나 우겨넣은 반면 평소처럼 4-2-3-1로 나온 바이에른의 중앙 미드필더는 레온 고레츠카, 요주아 키미히 2명이었다. 바이에른 2선 자원들이 수비에 성실하게 가담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어디까지나 2선 자원이다. 이날 바이에른은 3선에서 2선으로 공을 투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고레츠카와 키미히의 앞을 PSG 미드필더들이 쫙 막아섰기 때문에 전진 패스 루트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보였다. 이에 따라 최근 컨디션이 최고조였던 바이에른 공격형 미드필더 자말 무시알라,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도 봉쇄 당했다.

두 번째 목적은 속공이다. 전방 조합에 이강인이나 아센시오 같은 선수가 아니라 돌파력과 스피드가 장점인 두 프랑스 대표를 둔 건 역습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였다. 실제로 PSG의 4인 중원이 바이에른 빌드업을 방해한 뒤 빠르게 속공으로 전개, 뎀벨레가 위협적인 침투와 드리블을 시도하는 장면이 몇 번 나왔다. 전술적으로 완전한 실패는 아니었다.


▲ 바이에른 약점 공략, 그러나 그 약점은 없어진 뒤였다

엔리케 감독은 최근 바이에른을 괴롭힌 팀들의 공격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에른은 최근 6경기 무실점 연승을 달리고 있었지만 그 전에는 아인트라흐트프랑크푸르트에 3실점, 바르셀로나에 4실점하는 등 스피드 좋은 상대 공격수에게 배후공간을 심하게 내주는 약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의 오마르 마르무시에게 휘둘리며 3실점한 경기(3-3)가 대표적이었다. 김민재와 우파메카노의 배후를 공략하겠다는 계획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바이에른의 수비는 더이상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공격진의 스피드에 휘둘리며 배후를 넓게 내줬던 그 팀이 아니었다. 바이에른은 바르셀로나전 대패 이후 무턱대고 전진압박만 하던 기존 전술이 아니라 아주 약간 수비라인을 뒤로 물리고 그 앞에 2중 방어막을 치는 전술로 전환했다. 이는 김민재가 경기 후 직접 밝힌 것처럼 발목 상태가 온전하지 않기 때문에 100% 주력을 낼 수 없다는 사정도 고려한 변화로 보인다.

PSG의 돌파력 위주 공격 조합은 바이에른이 잘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투톱의 낮은 결정력만 눈에 띌 뿐이었다. 바르콜라는 팀내 최다득점자임에도 빅 매치 및 유럽대항전에서 부진하다는 단점이 또 부각됐다. 뎀벨레는 돌파는 잘 하지만 마무리가 부실한 모습을 반복했다. 0-0으로만 긑났다면 괜찮은 전반전으로 볼 수 있겠지만 세트피스에서 김민재에게 한 방을 맞으며 급해지고 말았다.

후반전 초반 PSG의 뎀벨레가 경고누적 퇴장을 당하면서 전술 변화를 주기도 전에 역전이 불가능해졌다. 이후 중앙 미드필더를 줄이고 이강인 투입, 무기력한 바르콜라 대신 부상에서 돌아온 스트라이커 곤살루 하무스 투입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모두 효과를 보지 못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