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팬들 앞에서 패배나 다름없는 경기를 한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감독의 콧등에는 상처가 나 이었다. 심지어 대머리인 그의 이마에 여러 군데 붉게 긁힌 자국까지 있었다.
이 상처를 낸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과르디올라 감독 자신이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좌절감에 그만 자해를 하다시피 얼굴을 쥐어뜯고 만 것이다.
맨시티는 27일 영국 맨체스터의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5차전 홈 경기에서 페예노르트(네덜란드)에 3-0으로 앞서다가 후반 30분 이후 내리 3골을 허용, 3-3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 나선 과르디올라 감독은 얼굴 여러 곳에 난 상처에 관해 묻는 말에 “내 손톱으로 만든 상처다. 경기 중 (얼굴을 감싸쥐다가) 손톱에 베었다. 자해하고 싶다”고 답했다.
최근 거듭되는 부진에 좌절감을 드러낸 것이다.
2016년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뒤 맨시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넘어 유럽의 최강팀으로 떠올랐다.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최근 4연패를 포함, EPL에서 6차례 우승했고 UCL에서는 2022~2023시즌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중반임에도 불구하고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끝모를 부진에 빠졌다. 지난달 31일 토트넘과 리그컵 16강전 0-1 패배를 시작으로 바로 직전 토트넘과 리그 경기(0-4)까지 내리 공식전 5연패를 당했다.
이날 페예노르트전에서 맨시티는 ‘괴물’ 엘링 홀란의 멀티골과 ‘베테랑’ 일카이 귄도안의 멋진 발리 득점으로 후반 초반까지 3-0으로 앞서나가며 그간의 부진을 시원하게 끊어내는 듯했다. 그러나 페예노르트가 매서운 추격에 나섰고, 맨시티는 점차 흔들림의 진폭을 키우더니 결국 무너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는 좋았고, 우리는 잘 뛰었고, 3골을 넣었고, 더 넣을 수도 있었다”면서 “그러나 이후 포기했다. 특히 첫 실점을 한 뒤로 너무도 불안정했다”고 복기했다. 이어 “우리 선수들이 뛰지 않아서,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진 건 아니다. 그러나 축구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는 반드시 ‘스위치’를 켜야만 한다”고 한탄했다.
경기 뒤 홈 팬들은 맨시티 선수들과 과르디올라 감독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최근 몇 년간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팬들은 과거의 성공을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승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걸 보려고 경기장에 온다”면서 “원정 경기에서 대단한 응원을 보여주는 우리 팬들은 감정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