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김민재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여름 뱅상 콤파니 감독이 김민재를 다시 주전 센터백으로 기용하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독일 언론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에 극찬을 하고 나섰다.
김민재는 27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5차전 파리 생제르맹과의 경기에서 전반 38분 코너킥 찬스 때 공격에 가담해 골을 터트렸다. 뮌헨은 이 골을 잘 지켜 난적 PSG에 1-0 승리를 거뒀다.
김민재의 탄탄한 경기력을 입증한 한 판이었다.
사실 이번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김민재의 팀 내 입지는 불안정해 보였다.
지난 시즌 여러 차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비판을 받았고, 뮌헨이 4개 대회에서 전부 우승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수난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입단 직후 전반기 활약은 괜찮았지만 지난 1월 아시안컵을 마치고 돌아온 뒤 후반기 들어 주요 경기에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지난 시즌 후반기엔 에릭 다이어, 마테이스 더 리흐트(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2023-2024시즌 막바지엔 그가 이적 대상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친정팀 나폴리를 비롯해 인터 밀란, 유벤투스 등 그가 최우수수비수를 수상했던 이탈리아 세리에A 이적설 혹은 임대설이 흘러나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등 다른 빅클럽으로 이적할 수 있다는 여러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콤파니 감독의 선택은 김민재였다.
사실 김민재는 이번 시즌에도 초반에 흔들렸다. 특히 볼프스부르크와의 분데스리가 개막전(뮌헨 3-2 승리)에서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내줬고 뮌헨은 1-2로 역전당했다. 3-2로 재역전해서 승리해서 다행이었다.
볼프스부르크전 직후 독일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김민재가 다이어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민재의 기본기와 스피드, 공중볼 처리 능력 등을 눈여겨 본 콤파니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김민재는 서서히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지난 10월부터는 세리에A 나폴리를 33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던 수비 능력이 나오고 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독일 언론은 김민재에 대한 삐딱한 시각을 유지했다. 괜한 트집도 잡곤 했다.
김민재의 장기는 수비라인을 깨고 미드필드까지 뛰쳐나가 상대 선수와 일대일 경쟁을 붙고 볼을 탈취하는 것인데 이게 실수로 이어지면 독일 언론이 직격탄을 가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뮌헨 소식을 주로 다루는 바바리안풋볼은 "김민재의 위치 선정은 여전히 문제다. 몇 번의 실수가 아닌 고약한 습관"이라며 "김민재는 때때로 수비라인에서 낮잠을 잘 때도 있다"고 했다.
유력지 빌트는 뮌헨이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스페인) 원정에서 1-4로 대파한 뒤 "김민재는 엉망이었다. 팀이 지고 있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민재는 바르셀로나전을 기점으로 경기력이 살아났다.
급기야 27일 PSG와의 홈 경기에선 결승골을 뽑아내며 1-0 승리 주역이 됐다.
김민재는 국가대표팀에서 간혹 세트피스 때 날카로운 헤더골을 넣곤 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선 22경기를 뛰도록 나오지 않았는데 23번째 경기에서 이게 이뤄졌다.
김민재는 키미히가 골대 쪽으로 바짝 붙여 올린 코너킥을 골키퍼가 제대로 펀칭하지 못하자 이를 문전에서 두 팔 벌리며 중심을 잡은 뒤 헤더슛으로 연결해 득점했다.
김민재의 집중력이 빛난 이 골로 뮌헨은 1-0 승리를 거뒀고 공식전 7경기 무실점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본업인 수비에서도 완벽했다. 한 차례 상대 슈팅을 블록해냈고, 가로채기 2회, 걷어내기 7회 등을 기록했다.
정성 평가를 하는 독일 언론도 이날은 김민재 경기력에 이의를 달진 않았다. TZ는 '당연히' 1점을 줬다.
빌트는 1점은 아니고 2점을 줬다. 골이 2m 앞에서 들어갔다며 쉬운 골이었다는 의견도 개진한 듯 보였으나 "수비 몬스터가 헤더 몬스터로 거듭났다"며 그의 골 만큼은 칭찬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