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정지훈]
"정말 어려웠다. 혼자 맨체스터로 갔고, 고향을 떠난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곳에서 나와 함께한 것은 플레이스테이션(게임) 뿐이었다." 한 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라이트백이었던 아론 완-비사카가 힘들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을 고백했고, 웨스트햄으로 이적한 후 행복 축구를 하며 데뷔골까지 성공시켰다.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는 26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2024-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12라운드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2-0으로 제압했다. 이날 승리로 웨스트햄은 2경기 무승(1무 1패)에서 탈출하며 승점 15점이 됐고, 14위를 유지했다.
중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양 팀이 총력전을 펼쳤다. 먼저 홈팀 뉴캐슬은 4-3-3 포메이션을 가동했고, 고든, 이삭, 조엘린톤, 윌록, 기마랑이스, 롱스태프, 홀, 켈리, 셰어, 리브라멘토, 포프를 선발로 내세웠다. 원정팀 웨스트햄은 4-2-3-1 포메이션이었고, 안토니, 서머빌, 솔레르, 보웬, 파케타, 수첵, 에메르송, 킬먼, 토디보, 완-비사카, 파비안스키가 선발로 투입됐다.
웨스트햄이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10분 코너킥 상황에서 에메르송이 올려준 볼을 수첵이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주도권은 뉴캐슬이 잡았다. 전반 15분 윌록, 전반 18분 켈리가 연달아 찬스를 잡았지만 무산됐고, 전반 29분에는 고든의 크로스를 롱스태프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키퍼에게 막혔다.
뉴캐슬의 공세가 계속됐다. 전반 36분 고든이 박스 중앙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막혔고, 전반 40분 기마랑이스의 패스를 받은 이삭의 슈팅은 벗어났다. 웨스트햄도 찬스를 잡았다. 전반 추가시간 보웬이 박스 바깥에서 슈팅을 때렸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고, 전반은 1-0 웨스트햄의 리드로 끝이 났다.
선제골을 내준 뉴캐슬이 후반 시작과 함께 반스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그러나 추가골의 몫은 웨스트햄이었다. 후반 8분 상대의 패스를 끊어낸 파케타가 곧바로 역습을 전개했고, 이후 보웬을 향해 패스를 연결했다. 보웬이 측면에서 연결한 볼을 완-비사카가 받아 반대편을 보고 때렸고, 이 볼이 골대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완-비사카의 웨스트햄 데뷔골이자,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쐐기골이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맨유를 떠나 웨스트햄으로 이적한 완-비사카는 한 때 PL 최고의 '태클왕'이었다. 완-비사카가 두각을 나타낸 시기는 지난 2018-19시즌이었다. 그는 공식전 39경기에 출전하며 팰리스의 주전 라이트백으로 자리매김했다. 완-비사카는 떨어지는 공격력에도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하며 PL에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완-비사카의 장기는 '수비력'이었다. 특히 태클 실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축구 통계 업체 '스쿼카'에 따르면 완-비사카는 데뷔 시즌이었던 2017-18시즌, 유럽 5대리그의 모든 선수들 중 태클 성공률 1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뛰어난 수비력으로 자신의 단점을 지워나간 완 비사카였다.
끝내 2019-20시즌 맨유로 입성했다. 당시 맨유는 안토니오 발렌시아 이후 걸출한 라이트백을 찾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환상적인 수비력을 보여줬던 완-비사카를 품에 안았다. 이적료는 무려 5,500만 유로(한화 약 812억 원)에 달했다.
이적 초반에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이며 우측 풀백 주전을 꿰찼다. 그러나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이 너무 떨어졌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완-비사카의 단점이 눈에 띄면서 주전 경쟁에서 멀어졌다.
완-비사카는 맨유 입성 시절 힘들었던 과거를 고백했다. 그는 영국 매체 '스탠다드'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어려웠다. 혼자 맨체스터로 갔고, 고향을 떠난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그곳에서 나와 함께한 것은 플레이스테이션(게임) 뿐이었다. 맨체스터는 규모가 작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두가 다 알게 된다. 그와 함께 따라오는 부정적인 부분들을 피하려면 정신적으로 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매체는 "완-비사카는 그만큼 고립감을 느껴 훈련이 끝난 오후에는 대부분 런던(웨스트햄의 연고지)으로 돌아가 몇 시간 동안 친구와 가족과 시간을 보냈고, 같은 날 밤 다시 맨체스터로 돌아오곤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완-비사카는 "지쳤다, 그건 옳은 방법이 아니었다. 맨체스터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했고, 이후에는 그렇게 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힘든 시기를 극복한 완-비사카는 웨스트햄에서 데뷔골을 성공시키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