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정지훈(올림픽로)]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25일 오후 2시 올림픽 파크텔 4층 아테네홀에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 기자회견에서 허정무 전 이사장은 "지금 대한민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무대도 밟아보지 못한 채 예선에서 탈락했다. 깨끗하지도, 투명하지도, 정의롭지도 못하다.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면서 "모두가 축구협회의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해 왔다. 그래서 저는 이제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며 출마 소감을 전했다.
허정무 전 이사장은 대한민국 축구의 위기와 실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면서 이를 위한 해결방안으로 '동행', '공정', '균형', '투명', 그리고 '육성' 다섯 가지를 제시하였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열린 경영을 통해 팬들과 함께 하고, 협회장의 입김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투명하고 공정한 지도자 선발 시스템을 운영하며, 새로운 축구 행정 리더를 양성하여 세대교체를 이루는 징검다리가 되겠다고도 밝혔다.
또한 지역협회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장기적인 계획과 프로그램을 통해 선수, 지도자를 육성하고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며, 축구 꿈나무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한 해외거점 설립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선수, 지도자, 행정가 및 경영인으로서도 성공하며 많은 경험을 가진 허정무 전 이사장은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각오를 밝히며, 지금은 대한민국 축구가 다가올 미래를 위한 100년을 준비하기 위하여 축구인들이 한마음으로 화합하고 단결하여,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줄탁동시(啐啄同時)'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였다.
[허정무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
-출마 계기
처음에는 조금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결심을 하게 된 동기가 있다. 축구인 들을 위한 협회인데, 왜 축구인 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자신감이 없느냐? 이런 질문들을 받았다. 그래서 작지만 용기를 냈다.
-협회의 가장 큰 문제
사면 파동,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 홍명보 선임 과정 등에서 많은 문제가 나왔다. 핵심은 의사 결정 구조에 있다고 생각한다. 독단적인 의사 결정 구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협회장의 생각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시스템의 부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앞으로 협회는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유쾌한 도전 슬로건
긴장을 하고, 몸이 굳어있으면 경기장에서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다. 협회도 마찬가지다. 밝은 분위기 안에서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슬로건을 잡았다.
-축구인 들의 분열 문제
축구 인들이 화합해야 하는데, 현재는 의견이 갈리고, 힘을 합치지 못하고 있다. 축구 인들의 통합과 호합을 위해 뛰어다니려고 한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고, 대의를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려고 한다. 저는 권위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려놓고, 발로 뛰고, 함께 하는 분위기를 좋아 한다. 제 의견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현 집행부에 정면 도전
많이 듣고 있다. 압박도 받고 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두려움은 없고, 도전에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는 도전을 할 것이다. 그 어떤 소리도 두려워하지 않고, 귀 담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최선을 다해 전진하려고 한다.
-당선 가능성
결과에 연연하지는 않겠다. 급박하게 나오다 보니 캠프도 꾸리지 못했다. 오늘 기자회견을 마치면 선거 전략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생각하지 않겠다. 대한민국 축구를 위해 마지막 헌신을 하고, 힘을 쏟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후회는 없다. 만약 중임을 맡게 된다면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저의 역할은 징검다리라고 생각한다. 해외 경험도 있고 유능한 후배 축구 인들이 마음껏 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려고 한다.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 차이점은?
저의 장점은 현장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유소년 축구부터 프로 축구팀까지, 저는 잘 알고 있다. 이런 장점을 살려야 하고, 한국 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해 항상 생각해왔다.
-여자 축구 발전에 대한 공약
여자 축구에 대한 지원이 전무하거나, 미흡하다고 알고 있다. 자체적으로 스폰서를 구해서 명맥만 이어왔다. 우리 여자 축구는 좋아지다가 이제 멈췄다. 리그가 중단된다면 여자 축구도 멈추는 것이다. 저변 확대를 위해서라면 파주 축구 센터를 좀 더 사용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유소년, 여자 축구의 교육을 위해서 필요하다. 여자 축구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파주 센터에 대해서는 여지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계약이 만료됐지만 파주 축구 센터 입찰이 계속 유찰되고 있다. 파주만한 좋은 입지를 가진 곳은 없다. 천안 축구 센터가 진행되고 있지만, 파주도 함께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협상 여지는 남아 있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차기 회장은 천안 축구 센터를 준공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감한 문제다.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다. 축구 센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진행됐던 것 같다. 지금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다. 계약이 어떻게 진행됐고, 만들어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한 기업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업들이 참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천안 축구 센터를 급박하게 진행하면서 상당한 부채를 가지고 있다. 면밀히 분석해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산 문제
지금까지 대기업 총수들이 회장을 하면서 기부도 했지만, 대규모로 자금을 냈던 기억은 없다. 용인 센터가 건립될 때, 국가의 지원보다는 용인시의 지원을 받았다. 브리핑도 하고, 국회위원, 시의원 등과 만나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발로 뛴다면 충분히 예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안시, 문체부, 관련 기업 등을 만나서 예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만약 지금 이 상태로 가게 된다면 빚더미에 앉게 된다. 투명한 운영을 해야 한다. 비즈니스맨처럼 뛰어다녀야 한다. 프로야구도 허구연 총재가 맡은 후 많은 발전을 하고 있다. 그 분은 대기업 총수가 아니다. 저 역시도 잘해낼 수 있다.
-정몽규 회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에서 함께 했었다. 정몽규 회장은 착실하고, 성실한 분이시다. 축구에 대한 열정도 있는 분이시고, 존경해왔다. 하지만 최근 행정적으로 착오가 있었다. 사람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의사 결정 자체가 잘 안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 담당 부서에서 의견 조율이 돼야 하고, 명확한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지고 가야 한다.
-정책 재검토
K리그에서 1부에서 7부를 통합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파주 축구 센터를 중단하는 것도 다시 봐야 한다.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천안 축구 센터가 만들어져도 필요성이 있다.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너무 급하게 추진했다고 생각한다. 파주 센터는 축구 협회의 자산이다. 물론 잘 된 것은 추진해야 하고, 잘 못 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 문제
홍명보 감독을 바라보면서 고난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 집행부에서 결정했고,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표팀은 아주 중요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저는 아직 후보이기 때문에, 다시 절차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회장에 당선되면 다시 이야기를 하겠다. 전력강회위원회가 있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 협회장이 관여해서는 안 된다. 위원회에서 기능이 다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협회장과 임원들의 관여를 받지 않은 전문가들의 집단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해외 거점 시스템
일본은 이미 해외 거점을 만들었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 유소년 선수들이 해외에 많이 가있는데, 정보가 없어서 실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 대표 선수들도 유럽에서 뛰고 있다. 외교적으로 봤을 때도 필요한 일이다. 선수들에게 교두보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반드시 추진하고 싶다. 신중한 논의를 거쳐 진행해야 한다.
-젊은 축구 인들의 참여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박지성, 이영표 등 젊고 유능한 축구 인들이 있다. 협회에 잠깐 들어왔다가 나갔는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해외 경험이 풍부한 젊은 인재들이 한국 축구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등의 후배들이 바쁘다. 단순하게 들러리 역할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