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경기에 출전시켜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홍명보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김민재가 체력 고갈로 인해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쉴 틈은 눈곱만치도 없다. 소속팀 바이에른뮌헨에서는 '또 역대급'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김민재는 지난 14일 쿠웨이트를 꺾고, 19일 팔레스타인과 무승부에 그친 국가대표팀 일정을 모두 풀타임 소화했다. 팔레스타인전은 김민재의 백 패스가 너무 짧았던 게 실점의 빌미가 됐다. 수비 실책이었다.
김민재의 이번 시즌 초반 피로도는 세계적으로 봐도 최고 수준에 속한다.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주관 대회가 확대되면서 체력 부담도 함께 늘어났다.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나가는 강팀 바이에른뮌헨은 대표적인 해당팀이다. 김민재는 현재까지 바이에른에서 전경기 선발 출장 중인 단 2명 중 하나다. 그 사이에 치른 세 차례 대표팀 소집, 6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경기 풀타임은 아니지만 60분 이전에 교체아웃된 적은 단 한 번에 불과하고, 보통은 체력고갈을 막기 위해 빼주더라도 경기 막판의 일이었다.
김민재와 나란히 전경기 선발 중인 동료 요주아 키미히가 특별히 센터백들의 부담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수비라인이 잔뜩 올라가는 바이에른 전술에서 김민재는 유독 큰 부하를 견디고 있다. 그 와중에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면서 이동거리, 시차, 절대적인 휴식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중이다.
바이에른에서도 피로누적이 유독 눈에 띄는 경기, 이를 잘 감춘 경기 사이의 기복이 있었다. 대표팀에서도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들어나면서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라는 가시적인 손해가 됐다.
▲ 대표팀 일정 후 '금요일 경기' 다음에는 코리안 더비, 그리고 도르트문트…
김민재는 소속팀 바이에른으로 돌아간 뒤 훈련 사진에서 유독 피로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휴식은커녕 다음 경기를 준비할 시간조차 없다.
바이에른이 주말 경기가 아닌, 현지시간 금요일 저녁 경기를 치르기 때문이다. 한국시간으로는 23일 토요일 오전 4시 30분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아우크스부르크를 상대한다. 팔레스타인전 종료 시각으로부터 만 3일을 겨우 채워, 약 76시간 뒤에 경기가 진행된다.
바이에른의 경기 일정은 유럽 전체를 통틀어도 두 번째로 빠르다. 이처럼 금요일 경기를 편성한 건 분데스리가 사무국이 나름대로 일정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은 이후 주중 경기인 27일 오전 5시 UCL 파리생제르맹(PSG)전을 치러야 한다. 주중 경기에 앞서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도록 바이에른의 경기를 앞으로 당긴 것이다.
바이에른은 23일 아우크스부르크, 27일 PSG에 이어 계속 빅 매치를 갖는다. 12월 1일 분데스리가에서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원정 '데어 클라시커'를 치른다. 이어 12월 4일에는 DFB(독일축구협회) 포칼에서 바이엘04레버쿠젠과 '미리 보는 결승전'을 진행한다.
3경기 연속 빅 매치가 있으니,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는 김민재 등 체력이 유독 고갈된 선수들을 쉬게 할 수 없을까? 하지만 팀 사정을 보면 오히려 김민재와 키미히만큼은 선발 출장이 필수로 보인다. 현재 바이에른의 부상자 6명 중 센터백 요시프 스타니시치와 이토 히로키, 여기에 중앙 미드필더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 최근 주앙 팔리냐까지 추가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최근 팀 훈련을 거르면서 후보 골키퍼가 다니엘 페레츠가 뛸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런 마당에 중앙 수비를 김민재가 아닌 후보 에릭 다이어로 바꿀 가능성은 너무 희박하다.
중앙 미드필더의 경우 키미히의 오랜 파트너 레온 고레츠카가 이번 시즌 두 번째 선발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콘라트 라이머도 수비형 미드필더지만, 현재 바이에른은 라이트백도 선수층이 빈약하기 때문에 라이머가 이 포지션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 점 역시 김민재에게는 간접적으로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다. 고레츠카가 후보 센터백이 아닌 풀타임 미드필더로 기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김민재의 대체요원이 더 줄어든다. 또한 앞서 고레츠카가 미드필더로 뛰는 경기에서 중원 장악이 잘 되지 않아 수비수들의 부담이 커지는 현상도 있었다.
김민재는 체력고갈이 근육부상이나 경기력의 빠른 저하로 나타나는 선수다. 지난 두 시즌 내내 그런 위기를 겪었다. 이번 시즌은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 겨울 휴식기 직전 시기가 가장 큰 위기다.
사진= 바이에른뮌헨 홈페이지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