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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테코글루, 손흥민 아닌 벤탄쿠르 감쌌다…"구단 항소 결정 전적으로 지지"
포스테코글루, 손흥민 아닌 벤탄쿠르 감쌌다…"구단 항소 결정 전적으로 지지"
botv
2024-11-21 23:35


[포포투=박진우]

앤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로드리고 벤탄쿠르를 감쌌다. 구단의 항소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21일(한국시간) "토트넘 훗스퍼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를 '뛰어난 인물'이자 '믿을 수 없는 팀 동료'라 칭했다. 동시에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한 7경기 출전 정지 징계 기간에 대해 항소하기로 한 구단의 결정을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은 지난 여름 휴식기에 발생했다. 2023-24시즌이 끝난 후 벤탄쿠르는 자국 우루과이에 머물며 한 방송에 출연했다. 당시 인터뷰 도중 진행자가 벤탄쿠르에게 손흥민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벤탄쿠르는 "쏘니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주는 건 어떤가? 왜냐하면 모두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급속도로 퍼졌다. 명백한 인종차별이었기 때문. 동아시아인의 외모는 모두 똑같다는 고정관념과 사고방식에 기인한 표현이며, 이는 곧 '명백한 차별'을 의미한다. 논란이 일자 벤탄쿠르는 "쏘니 나의 형제여, 지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너를 정말 사랑하며, 당신이나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아줬으면 해"라며 사과문을 공개했고, 손흥민 또한 사과를 받아 들였다.


구단 차원의 중징계가 예상됐다. 비단 손흥민과 벤탄쿠르 사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 프리미어리그(PL)를 포함한 전 세계 축구계는 인종차별 철폐를 강력히 외치고 있다. 인종차별 사건이 발생하면 곧바로 협회, 구단 차원의 징계가 내려진다. 토트넘의 경우, 상당수의 아시아 팬덤을 형성하고 있었기에 구단의 신속한 조치가 예상됐다.

그러나 구단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구단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프리시즌 공개 석상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했지만, '당사자간 풀어야 할 일'이라며 입을 아꼈다. 결국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채 2024-25시즌이 시작됐다.

결국 FA가 나섰다. 2024-25시즌 개막 이후 FA는 벤탄쿠르를 E3.1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18일 성명을 통해 "독립 규제 위원회가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장 정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 7,64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말 그대로 '중징계' 처분을 내린 것.

하루 뒤, 토트넘은 공식 입장을 냈다.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토트넘은 20일 "토트넘은 벤탄쿠르에 대한 잉글랜드 축구협회(FA)의 징계 기간에 대해 항소를 제기했다. 구단은 독립 규제 위원회의 유죄 판결을 수용하나, 부과된 제재가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항소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벤탄쿠르는 국내 대회에 출전할 수 없으며, 구단은 이 기간 동안 추가적인 언급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최고참' 벤 데이비스의 발언과는 극명히 비교되는 처사였다. 데이비스는 토트넘 선수단 중에서 최초로 본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데이비스는 " 난 토트넘에서 팀으로서, 하나의 그룹으로서 모두가 그 일을 매듭짓고 앞으로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런 일들은 지금처럼 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우리는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본질의 문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강조한 데이비스다. "유죄는 인정하나 과분한 징계"라는 내용을 강조한 토트넘과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하루 뒤,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의 입장은 토트넘의 입장과 동일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스카이 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매체는 벤탄쿠르의 결장이 얼마나 큰 타격이 될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가 이번 시즌 큰 역할을 해줬기에 아쉬운 일이다. 이번 시즌 경기력이 향상된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어떤 처벌이 내려지든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며 입을 뗐다.

이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나는 구단이 징계의 과도함에 대해 항소하기로 한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향후 몇 경기 동안 그를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그 기간 동안 벤탄쿠르와 함께하며, 그가 다시 출전할 수 있을 때 완벽히 준비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피해자' 손흥민이 아닌, '가해자' 벤탄쿠르를 감싸 안았다. 지난 프리시즌 보여줬던 태도는 징계 처분이 내려진 지금까지도 바뀌지 않았다. 데이비스가 말했던 "인종차별 관련 사안은 진중하게 다뤄져야 함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과 180도 다른 행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