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벤탄쿠르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징계를 받았음을 확인했다. 구단은 출전 정지 기간에 대해 항소했다"며 "독립 규제 위원회가 로드리고(벤탄쿠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인정한다. 그에 따른 제재는 엄중하다고 믿는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FA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우루과이 TV쇼에서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줄 수 있나'라고 묻자 "이건 손흥민 또는 그의 사촌의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의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편견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명백한 인종차별에 영국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벤탄쿠르를 향한 비판으로 들끓었다.
약 5개월 뒤에 공식 징계가 발표됐다. FA는 독립 규제 위원회를 통해 벤탄쿠르의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벤탄쿠르는 공식 7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 7000만 원) 규모의 징계를 받았다.
이를 두고 FA는 벤탄쿠르를 기소하며 "언론 인터뷰와 관련된 위법 행위를 확인했다. FA 규정 E3 위반 혐의다"라며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국적과 인종 또는 민족적 기원에 대한 언급이 포함됐다. 가중 위반 처리될 것이다. 이러한 규정 위반에 대해 독립 규제 위원회는 6경기에서 12경기의 출전 정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벤탄쿠르는 여론이 들끓자 SNS를 통해 "(손흥민에 대한 발언)이는 매우 나쁜 농담이었다"고 급히 해명했다.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SNS 게시글을 보고 "롤로(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벤탄쿠르의 사과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벤탄쿠르는 해당 발언에 대해 "나쁜 농담이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본인의 주장을 반박한 꼴이 됐다.
이어 패널은 "벤탄쿠르의 주장은 증거에 어긋난다. 선수의 사과 내용이나 형식, 토트넘 구단과 손흥민의 반응에 맞지 않는다"며 해당 증거 제출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선언했다.
FA의 단호한 입장에도 토트넘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인종차별 사건이 터졌을 당시 토트넘은 침묵을 유지하다가 인권단체 '킥 잇 아웃'의 성명서가 나온 뒤에야 입장문을 밝힌 바 있다.
벤탄쿠르 징계가 공식화된 이후 움직임은 매우 빠르다. 불과 하루 만에 FA의 결정에 항소했다. 인종차별을 당한 손흥민을 지키는 것과 거리가 멀다. 팀 핵심 미드필더의 빠른 복귀를 이유로 주장이자 핵심 공격수 손흥민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