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로 자신에게 제기됐던 비판 여론을 단숨에 뒤집었다.
인도네시아 프로 팀 감독을 거쳐 2013년 인도네시아 감독을 맡았던 잭슨 티아고(56)는 21일 공개된 유튜브 '헬마이 야히야'에서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를 이전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고 크게 칭찬했다.
티아고는 "그가 한 일은 특별했다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 축구 수준을 끌어올렸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국가대표팀을 이 정도 수준으로 만든 감독을 본 적이 없다"고 입을 열았다.
"항상 말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동남아시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최고는 아니지만, 신태용 감독의 비전은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이상 동남아시아 수준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이 한창이다.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해당기간 친선경기를 펼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홀로 공식전을 소화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 역사상 월드컵 진출권이 달린 카테고리를 누비는 건 처음이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할 때만 해도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패권을 베트남과 태국에 넘겨준 상황이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의 지도 아래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강호 반열에 올라섰고, 아시아 강호와도 곧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룬 업적만도 상당하다. 15년 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에 올려놓았고, 급기야 토너먼트 진출의 대업도 이뤄냈다. 올해 U-23 아시안컵 본선도 처음 밟아봤다. 지난 4월 막 내린 U-23 아시안컵에서 최초 4강에 올랐고, 이를 통해 2024 파리 올림픽 대륙간 플레이오프까지 나서며 세계로 영향력을 넓혔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나선 3차 예선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일본·사우디아라비아·호주 등 아시아 축구 강국들과 같은 조에 편성된 탓에 승점을 쌓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 15일 일본에 패배하면서 3무 2패가 됐다.
일본과 경기가 끝나고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장 에릭 토히르는 "계약 종료까지 신태용 감독 포지션은 안전할 수 있으나, 일본을 상대로 한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혔다. 이어 "신 감독뿐만 아니라 모든 코치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 협회장이 신태용호 검증에 나서려고 하자 현지 언론도 흔들기에 가담했다. 인도네시아 매체 '이닐라'는 "일본에 패하고도 신태용 감독은 안전해야 하는가"라고 재평가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썼다.
인도네시아 축구팬들도 거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축구 관련 해시태그로 "신태용 아웃"을 달고 있다. 이에 '라다르 시투본도'는 "신태용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SNS를 도배하고 있다. 귀화 정책으로 대표팀 전력이 강해졌는데 성적이 신통치 않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하지만 19일 수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C조 6차전에서 사우디에 2-0으로 승리하면서 반전을 만들었다. 귀중한 승리였고 조 판도를 흔든 대사건이었다. 일본(승점 16점)이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호주(7점)가 2위지만, 인도네시아가 사우디, 바레인, 중국과 나란히 승점 6점 동률에서 골득실과 다득점에서 앞서 3위로 올라섰다.
2위까지 본선에 직행, 얼마든지 북중미행을 꿈꿀 수 있게 됐고 4위까지도 플레이오프로 티켓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이어가도 될 인도네시아다.
전술의 승리였다. 인도네시아는 일본전에서 가동했던 3-4-3 포메이션이 아닌 3-5-2 포메이션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섰다. 신 감독은 "사우디가 높은 압박 능력이 있어서 전형을 3-4-3에서 3-5-2로 바꿨다. 세 명의 미드필더가 정말 좋은 역할을 해줬고 완벽했다"고 말했다.
티아고는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가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다 줬다. 그가 인도네시아에 있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