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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전 무승부는 잊어라, 북중미 향한 전진은 진행 중…수비 뒷문 단속 급선무
팔레스타인전 무승부는 잊어라, 북중미 향한 전진은 진행 중…수비 뒷문 단속 급선무
botv
2024-11-21 06:06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북중미를 향한 축구대표팀의 여정이 반환점을 돌았다. 외부 요인에 의한 어수선함을 뒤로 하고 일단 일관된 경기력으로 흔들리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여줬고 무패로 긍정론을 유지했다. 하지만, 수비에 대한 고민은 가장 큰 문제로 대두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열렸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6차전 팔레스타인과의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경기는 주도권을 내주며 시작했다. 전반 12분 '철기둥' 중앙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백패스 실수로 실점했지만, 4분 뒤 이재성(마인츠)의 절묘한 패스를 놓치지 않은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골대 오른쪽 구석을 보며 땅볼 슈팅해 동점골에 성공했다. 이후 골운이 따르지 않고 팔레스타인의 육탄 수비에 막히면서 무승부로 끝났다.

승점 3점을 놓치기는 했어도 한국의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행 가능성은 충분히 유지 중이다. 4승2무, 승점 14점으로 1위를 달렸다. 이라크(11점), 요르단(9점), 오만(6점), 쿠웨이트(4점), 팔레스타인(3점) 순이다.

역시차에 직항이 없어 환승을 거쳐 개인마다 최소 10시간에서 최대 18시간까지 이동 소요 시간까지 있어 피로감이 크다는 중동 원정의 악조건을 오랜 경험으로 극복한 대표팀이다. 전세기 이동 등 간만에 대한축구협회의 기민한 대응도 있었다.

내년 3월 오만, 요르단(이상 홈)과의 2연전을 모두 이긴다면 본선은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6월 이라크(원정), 쿠웨이트(홈) 순으로 경기를 치러 일정에서는 무리도 없고, 유리하다. 조 1, 2위가 본선에 오르기 때문에 명분에 집착해 1위로 꼭 본선행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 본선에 가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면 더 그렇다.

2022 카타르 월드컵도 한국은 이란에 이어 A조 2위로 티켓을 받았다. 이란은 본선 B조에서 3위로 탈락했지만, 한국은 H조에서 포르투갈에 이어 2위로 16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자칫 무조건 1위로 대륙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명분에 집착하다가 실익을 잃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무패 1위 통과를 하면 좋겠지만, 지난 2월 카타르 아시안컵이 알려줬듯이 아시아 축구는 상향 평준화의 길을 걷는 중이다.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가 중동의 맹주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에 1승1무를 거둔 것이 좋은 예다. C조는 일본을 뺀 나머지 5개국이 대혼전의 소용 돌이에 휘말렸다.

대표팀은 6경기를 치르면서 12득점 5실점을 했다. 아시안컵에서 한국에 패배의 굴욕을 안겼던 요르단 원정 3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한 것이 컸다. 팔레스타인과의 홈 1차전에서 0-0으로 비기며 출발했던 불안감을 확실하게 지워줬다.

실점하더라도 이긴다는 믿음, 원정이라는 악조건에서도 지지 않는다는 일관성만 있다면 보수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다. 현역 시절 대표팀을 경험했고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해봤던, 익명을 원한 한 축구인은 "월드컵 본선까지는 장기 레이스다. 경기마다 내용과 결과에 따라 바뀌고 압박을 받아 흔들릴 수 있지만, 본질은 경기를 치르면서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팬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믿어주는 미덕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여러 문제로 믿음이 흔들리며 출발했던 대표팀은 경기를 치르면서 나아졌다. 특히 신구 조화라는 틀을 유지하며 새로운 얼굴 발굴에 나섰고 손흥민이 3골을 넣은 가운데 오세훈(마치다 젤비아), 오현규(헹크) 등 젊은피들이 각각 두 골씩 넣으며 포지션 경쟁에 불꽃을 만들어줬다.

또, 배준호(스토크시티)가 등장해 손흥민의 대안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도 알려줬다. 분위기를 확실하게 바꿨던 배준호의 활약이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집중 견제에 시달려 '이강인 살리기'를 해주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반대의 손흥민이 터져 주고 또 다른 자원들이 역할을 해준다는 점에서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라는 평가다.

대표팀 경기를 봤다는 K리그 A팀의 B감독은 사견을 전재로 "홍 감독의 선임 과정 문제를 뒤로 하고 대표팀 전력이나 경기력만 본다면 어려운 과정을 잘 풀어왔다고 본다. 특히 쿠웨이트전에서 2-1로 근소하게 앞서는 상황에서 중앙 미드필더 이현주(하노버96)나 측면 수비수 이태석(포항 스틸러스)에게 과감한 기회를 준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수비 고민은 여전하다. 측면 수비의 경우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세르비아 리그 진출 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까지 경험하며 성장 중이지만, 왼쪽 측면은 아직 덜 익었다는 평가다. 이명재(울산 HD)가 조금 더 경기 경험을 쌓으면 양쪽 균형은 잡힐 수 있지만, 중앙 수비수는 아무리 '철기둥'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90분 집중력을 유지해도 한번 실수에 보여줬던 무결점 장면들이 다 흐려질 수 있다.

B감독은 "김민재의 파트너로 조유민(알 사르자)이 호흡했고 균형이 잡히는 것 같기는 했다. 그렇지만, 김민재가 UCL 등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합류해 지친 모습도 보였다. 정승현(알 와슬), 권경원(코르파칸)도 30대에 접어들었다. 조금 더 젋은 중앙 수비수 발굴을 시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유럽 진출 중앙 수비수가 많지 않으니 K리그를 더 살펴야 할 것 같다"라고 조언했다.

현역 시절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던 C구단의 D감독은 대표팀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정말 냉정하게 보자. 결국은 본선 경쟁력 아닌가. 6경기에서 보인 모습이라면 본선에는 충분히 갈 수 있다. 확대된 48개국 체제에서 32강 진출이 아닌 16강을 가야 한다면 수비 자원을 두껍게 형성할 필요가 있다. 팔레스타인전 결과는 잊어도 되지만, 그들의 수비 조직력이나 영혼을 던졌던 움직임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본선에서 공격지향적인 팀은 아니지 않나. '선수비 후역습'으로 재미를 봤지. 수비 튼튼이 승리를 부른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앙 수비와 유기적으로 호흡할 중앙 미드필더 발굴을 더 집중했으면 한다. 중앙 수비, 중앙 미드필더를 겸하는 김봉수(김천 상무)를 이번에 적은 시간이라도 활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시간은 많고 홍 감독에게 복안이 있으리라 본다"라고 전했다.

대표팀 유럽파는 소속팀으로 전원 복귀했고 K리거 등은 21일 오후 귀국한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 및 코칭스태프와 6경기를 돌아보고 내년 계획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