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벤탄쿠르의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 당사자는 변명했고, 감독은 옹호했으며 구단은 징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항소했다.
영국축구협회(FA)는 18일(이하 한국시간) "독립 규제 위원회가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1억 7,000만)의 벌금을 부과했다. 벤탄쿠르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했거나 모욕적인 말을 사용하여 평판을 떨어뜨렸고, FA 규정 E3.1을 위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6월 벤탄쿠르의 발언 때문이다. 벤탄쿠르는 우루과이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손흥민의 유니폼을 달라는 진행자의 말에 "아니면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이라도. 그들(아시아인)은 거의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대답했다. 동양인의 비슷한 생김새를 지적하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두 차례 사과문을 게시했고, 손흥민도 이를 받아들인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럼에도 FA의 기소는 이루어졌다. 3개월 뒤 FA는 벤탄쿠르를 기소했고, 두 달 뒤 징계를 확정지었다. 당초 예상되던 6~12경기 출전 정지대로 됐다. 7경기 출전 정지를 받은 벤탄쿠르는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16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포함하여 프리미어리그 6경기에 나서지 못한다. 맨체스터 시티-풀럼-본머스-첼시-사우샘프턴-리버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예정이다.
벤탄쿠르는 징계 이후 독립 규제 위원회에 변명하기 바빴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타임즈'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손흥민에게 가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진행자의 말을 비꼬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변명은 독립 규제 위원회 선에서 정리됐고, 징계를 막을 수는 없었다.
벤탄쿠르는 변명했고, 토트넘은 항소를 했다. 토트넘은 20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주 초에 내려진 벤탄쿠르의 징계에 대해 항소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징계를 받아들이지만, 제재가 엄중하다고 믿는다.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벤탄쿠르는 출장 정지 처분을 받게 되며, 토트넘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토트넘은 이미 벤탄쿠르의 발언 초동 대처도 미흡했다. 벤탄쿠르의 두 차례 사과문 이후 손흥민이 잘 풀었다고 입장문을 올렸을 때, 토트넘의 첫 번째 입장 표명이 이루어졌다. 토트넘은 당시 "벤탄쿠르의 발언과 그의 후속적인 공개 사과에 따라 토트넘은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제공해왔다. 여기에는 다양성, 평등, 포용 등의 목표에 맞춰 모든 선수들을 위한 추가 교육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주장 손흥민이 이번 사건을 끝낼수 있다고 느끼고 앞으로 새로운 시즌에 집중할 수 있음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리는 다양하고 글로벌한 팬층과 선수단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내부 징계도 없었고, 그저 교육만을 강조했다. 팀 동료, 그것도 주장에게 가해진 인종차별적 발언인데도 토트넘의 안일한 대처는 큰 비판을 받았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FA가 벤탄쿠르를 기소한 뒤 그는 "손흥민과 벤탄쿠르는 사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사과했고, 손흥민도 받아들였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항상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항상 그렇지 않다. 처벌만이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이해심과 관용심이 있는 사회를 원한다면, 실수를 범한 사람에게도 이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는 큰 실수를 했지만, 속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며 벤탄쿠르를 옹호했다.
주장 손흥민을 대상으로 한 인종차별인데 가해자는 변명을 늘어놓기 바빴고, 구단, 감독까지 모두 벤탄쿠르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