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에 몰렸던 신태용 감독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역사적인 첫 승리를 끌어내며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경질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물론, 인도네시아의 월드컵 본선 진출 희망까지 되살렸다.

인도네시아는 19일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C조 6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완파했다.

양 팀의 14차례 맞대결 역사상 처음 거둔 승리다.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2무 11패로 열세였다. 현지 매체 비바는 “인도네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꺾은 유일한 동남아시아 국가가 됐다”며 이날 승리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일본전 0-4 패배 이후 신태용 감독의 입지는 크게 흔들렸다. 네덜란드계 이중국적자들을 대거 영입하며 전력 강화를 시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신태용 아웃” 해시태그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현지 매체 신드뉴스는 “축구협회가 사우디전 결과를 통해 신태용 감독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를 하겠다고 예고했다”고 전했다. 같은 조의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각각 그레이엄 아놀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경질하면서 신태용 감독의 거취도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이번 승리로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됐다. 자와포스는 “사우디전 완승으로 축구협회의 평가 계획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JPNN은 “일본전 패배 이후에도 수만 명의 진정한 팬들은 신태용 감독의 이름을 외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면서 “신태용 감독이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날 승리로 인도네시아는 1승 3무 2패(승점 6)를 기록하며 최하위에서 3위로 극적인 도약을 이뤄냈다. C조는 선두 일본(승점 16)을 제외하고 2위 호주(승점 7)부터 6위 중국까지 승점 차가 촘촘해 본선 진출의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는 상황이다.

잉글랜드 2부리그 옥스퍼드 유나이티드 소속 마르셀리노 페르디난의 멀티 골로 일군 이날 승리는 1938년 이후 88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인도네시아에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전력 강화를 위해 영입한 네덜란드계 이중국적자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 리저브팀 출신 수비수 저스틴 허브너, 이탈리아 세리에 A 베네치아의 제이 이드제스, 덴마크 FC코펜하겐에서 뛰는 네덜란드 청소년 대표 출신 케빈 딕스 등 우수한 신체조건과 기술을 갖춘 선수들이 팀에 더욱 녹아든다면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도네시아는 내년 3월 호주 원정과 바레인 홈경기, 6월 중국 홈경기와 일본 원정으로 이어지는 남은 4경기에서 본선 진출의 꿈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