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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1 현장] 증발한 경질론… 인니의 역사적 승리 후 현지 기자의 찬사, "신태용 감독이 미디어를 이겼다"
[b11 현장] 증발한 경질론… 인니의 역사적 승리 후 현지 기자의 찬사, "신태용 감독이 미디어를 이겼다"
botv
2024-11-20 08:00


(베스트 일레븐=자카르타/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이 (현지) 언론을 이겼다."

경기가 끝난 후 한 인도네시아 기자에게 인도네시아 축구사에 '역사적인 승리'라고 말했더니, 이렇게 답했다. 실제로 그랬다. 언제 경질 여론이 있었느냐는 듯 승자가 된 신 감독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신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는 19일 밤 9시(한국 시각)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그룹 6라운드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2-0으로 완승했다.

인도네시아는 전반 32분과 후반 12분에 두 골을 터뜨리며 이날의 히어로가 된 마르셀리노 페르디난의 맹활약에 힘입어 중동 맹주로 평가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꺾었다. 이날 승리로 인도네시아는 승점 6점(1승 3무 1패)를 기록, 승점과 골득실상 동률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승자승 원칙에 의해 끌어내리고 3위에 안착했다.

경기 전만 해도 꽤나 분위기가 좋지 못했었다. 일본전 0-4 대패 후 갖가지 부정적 이슈가 신 감독을 괴롭히는 일이 빚어졌고, 이 경기를 지게 된다면 자리가 위험하다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그냥 '썰'에 불과한 수준이었을 듯한데, 네덜란드 출신 이름값이 있는 스타 감독이 온다는 얘기도 현지 언론에 들어갔다. 소셜 미디어상에 #STYOUT 운동이 팬들 사이에서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 직후 우스운 일이 되었다.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린 후, 수많은 팬들은 신 감독의 이름을 연호하며 인도네시아 역사상 가장 귀중했던 승리를 안겨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일본전 패배로 풀이 죽었던 선수들은 시종일관 사우디아라비아 선수들을 압도한 끝에 짜릿한 완승을 거두자 팬들 앞에서 신 감독을 행가레하며 자축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경기 종료 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신 감독의 모습에 현지 기자들이 보인 첫 번째 반응은 박수였다. 그 박수는 현지 기자들이 몸으로 전하는 항복 선언처럼 느껴졌다.

사실 신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직 희망을 놓을 단계가 아님을 강조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이기긴 했지만, 현재 인도네시아의 현 주소가 '언더독'임을 강조하며 팬과 미디어도 도전자의 자세로 응원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물론 이기기 위해 모든 힘을 다한다는 본연의 자세를 보였었다.

그리고 결과로 답했다. 자리가 위험하다 혹은 바꿔야 한다는 경질론은 경기장내에서 쏙 들어갔다. 신 감독은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리며 이 승리를 즐겼다. 인도네시아는 죽음의 조라고 불리는 C그룹에서 단숨에 3위로 점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