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민재 기자] 토트넘의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인종차별적인 발언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성명을 통해 "벤탄쿠르가 부적절한 태도로 행동하거나 학대 또는 모욕적인 말을 사용해 경기의 평판을 나쁘게 함으로써 FA 규정을 위반했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벤탄쿠르는 7경기 출전 정지와 함께 벌금 10만 파운드 징계를 받게 됐다.
이어 "벤탄쿠르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독립 규제위원회는 청문회를 거쳐 혐의가 입증됐다고 판단해 제재를 부과한다"고 덧붙였다.
벤탄쿠르는 지난 6월 대표팀 훈련 소집을 앞두고 문제를 일으켰다.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라는 인식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었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곧바로 팬들의 큰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손흥민에게 사과의 글을 남겼다.
그는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내가 한 말은 나쁜 농담이었어.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절대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어"라고 말했다.
인권 단체까지 들고 일어났다.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인 '킥잇아웃'은 "벤탄쿠르가 토트넘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과 관련해 상당수의 제보를 받았다"면서 "이 제보들은 구단과 관련 당국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벤탄쿠르가 차별적 행동을 인정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것은 동아시아와 더 넓은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이슈를 강조한다"면서 "우리는 다가오는 시즌에도 이런 주제에 대해 계속 다루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 속에 손흥민이 나섰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며 "벤탄쿠르는 실수했다. 자신의 실수를 인지한 벤탄쿠르가 내게 사과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이어 "벤탄쿠르가 공격적인 의도로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형제고,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우리는 다가올 프리 시즌에 다시 모여 '원 팀'으로 싸워 나갈 것"이라고 직접 논란을 잠재웠다.
그러자 벤탄쿠르를 2차 사과문을 SNS로 올렸다. 그는 "손흥민과 대화했다.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해 손흥민은 이 사건이 단지 안타까운 오해였다는 점을 이해했다"라며 "언론을 통해 나온 내 발언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난 다른 사람은 언급한 적이 없음을 알아줬으면 한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다른 누구에게도 직·간접적인 불쾌감을 줄 의도는 아니었다"며 "모든 걸 내 친구(손흥민)와 함께 해결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벤탄쿠르 사과와는 별개로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벤탄쿠르 징계 여부에 대해서 논의했다. FA는 그라운드 안에서 이뤄진 인종차별적 행위뿐 아니라, 이번 사건처럼 경기 외 상황에서 시작된 인종차별 사건에도 징계를 해왔다.
19일 영국 매체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벤탄쿠르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해 "(당시 인종차별적 농담은) 진행자를 꾸짖기 위한 가벼운 말"이라고 항변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결국 FA 측은 논의 끝에 벤탄쿠르에게 징계를 내리게 됐다.
한편 2024-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현재 5승 1무 5패로 10위에 처져 반등이 시급한 토트넘으로서는 주축 미드필더 벤탄쿠르의 징계로 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당장 이번 주말 맨체스터 시티와 프리미어리그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경기 일정이 빡빡한 연말의 박싱 데이 직전까지 벤탄쿠르 없이 버텨야 한다.
다만 이번 FA 징계가 자국 경기단체 주관 경기에만 적용돼 벤탄쿠르는 오는 28일 AS로마(이탈리아)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홈 경기에는 나설 수 있다.